한때 순수예술이라고 불리기도 했던 기초예술분야에서 1, 2월은 그야말로 겨울잠을 자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잠을 잔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 정태적으로 보이지만 속으로는 다시 깨어남을 위해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태이다. 문화예술계의 겨울잠 시기인 1, 2월에도 창작을 위한 정교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다. 국제신문의 문화기사도 부산 문화계의 이부자리를 들추어 새봄맞이를 준비하는 꿈틀거림을 짚어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2월 11일자 문화면에서는 부산 독립영화인들의 축제인 '메이드인부산 독립영화제'가 부산문화재단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다는 기사를 다루었다. 국·시비로 조성되는 부산문예진흥기금의 관리권이 올해부터 부산문화재단으로 이관되었고, 그 첫 심의에서 11년째 이어오던 부산의 대표적 사업인 독립영화제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이 기사는 특정 문화사업이 공공기금 지원에서 탈락했다는 단순한 기사가 아니라, 예술에 대한 공공기금 지원 기준과 방식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생각하게 했다.
독립영화는 영화산업 측면에서 볼 때도 일종의 인프라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초가 되는 중요한 부분이란 뜻이다. 흔히 부산국제영화제의 세계적 명성과 권위 그리고 지역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도시브랜드 형성에 미친 성과들을 이야기하지만, 국제영화제는 냉정하게 말해 부산영화계가 만들어낸 1차적 성과물이 아니다. 부산이 주체가 되는 대표적 영화제는 오히려 부산독립영화제이다. 부산 출신 감독이나 제작자 혹은 부산에서 촬영된 독립영화가 매년 수십 편씩 상영되는 그야말로 '메이드인부산'인 것이다. 이런 사업이 지역심의에서 탈락했다는 것은 심의 기준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게 한다. 문화예술분야는 그것의 공공재적 성격 때문에 공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공적 지원에 있어서 어떤 사업이 공공재적 성격이 더 강한지를 살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심의 기준이어야 한다.
2월 8일에는 '부산문화회관 땜질식 리모델링 우려'라는 제목으로 부산의 대표적 공공문화시설인 부산문화회관 리모델링 문제를 다루었다. 22년 만에 이루어지는 공사로 객석 규모가 비슷한 타 시·도 문화회관의 리모델링과 비교해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인 98억 원이 책정됐으며, 필요한 최소한의 예산인 120억 원이 추경예산에 반영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문화회관 관장의 발언을 함께 소개했다.
기사를 읽고 몇 가지 의문이 생겨났다. 부산과 규모가 비슷한 경남이나 인천이 부산예산의 배가량을 확보한 것은 어떻게 된 일인가? 왜 부산은 '턱없이' 적은 예산을 배정받아 '땜질식' 리모델링 걱정을 해야 하는가?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국제신문이 속 시원하게 밝혀주었으면 한다. 부산이 무엇 때문에 이런 정도의 예산을 책정받았는지, 예산 배정 과정에서 어떤 사람들의 어떠한 역할이 필요한 것인지 등에 대한 것을 알려주었더라면, 안타까움만 묻어 있는 기사가 아니라 시민들의 지자체나 정부의 문화정책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리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문화면의 시리즈물들은 국제신문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영화평론가 이상용의 '시네 아고라'는 시대를 넘나들면서 다양한 영화를 들추어내고, 영화가 품고 있는 이데올로기들을 손쉽고 맛깔스러운 문체로 풀어내어 읽는 이들의 영화에 대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재미가 쏠쏠하다. 조선령의 '세계미술, 한국미술' 은 다소 난해하다는 현대미술 이야기를 하면서 그다지 어렵거나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솜씨가 돋보인다. 이런 시리즈물들은 문화면 기사가 행사 소개에 매몰되지 않게 해주면서 신문의 교육적 효과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다. 더 욕심을 내자면 앞으로 후속 시리즈물들을 기획할 때 영화나 미술 보다 상대적으로 관심을 적게 받고 있는 예술분야를 다룬다면 이런 시리즈들이 갖는 의미와 효과들이 더 커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민족미학연구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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