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을 인생의 황금기라고 하지만 돌이켜보면 대학시절만큼 불안했던 때도 없었다. 군대 가기 전 앞으로의 진로를 위해 무엇인가 해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어느 것 하나 뚜렷한 것이 없었고 외교관이 되겠다는 방향을 설정해 공부하는 가운데 과연 이루어낼까 하는 자신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새로운 한해를 맞이하면서 우리 청년들은 자신의 꿈이 현실화되리라는 기대와 함께 젊은 시절 내가 경험했던 이상의 불안감도 겪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이유는 사회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고 변화의 폭도 클 뿐만 아니라 불확실한 요인이 다양화돼 현재의 패러다임에 안주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변화는 시냇물이 아니라 홍수 뒤의 흙탕물처럼 주변을 할퀴면서 흐르는 모양새이다. 컴퓨터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 20년 전이었고 이메일을 통해 정보교환의 시간적 격차를 획기적으로 줄인 것이 불과 10년 전인데 실시간으로 다수와 정보를 교환하는 페이스북 등이 나오면서 이메일은 유물이 되고 있을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정보혁명의 물결이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재생에너지 개발, 가속화되는 고령화, 지구환경의 급격한 온난화 등과 어우러져 변화의 범위도 복잡하게 변하고 있다.
변화의 폭 역시 우리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왜 서방이 세계를 지배했는가(Why the West Rules- For Now)'를 쓴 이안 모리스 스탠퍼드대 역사학 교수는 힘의 역학관계나 경제적 역동성이 아시아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중국의 부상이 눈부시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지난 모든 세기에 일어난 변화 폭을 훨씬 능가할 정도로 큰 변화가 이번 세기에 일어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확실성도 확대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즈의 저명한 인사들도 예전에 2008년을 예측하면서 '미국 대통령 클린턴, 구글 성장, 석유가 100달러, 미국 경기침체 없을 듯(President Clinton, Google Grows, $100 oil, but no US recession)'이라고 내놓았지만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고 미국 경제는 대공황 이후 가장 큰 침체기를 맞는 바람에 신문의 명성에 크게 금이 났다. 그만큼 앞으로를 예측하기가 어렵게 됐다. 우리의 경우 세계적 변화에 더해 북한의 지속적인 안보위협, 쉽지 않을 통일 과정, 통일 이후 통합과정에서의 갈등과 같은 불확실 요인이 더해질 것이다. 이런 가운데 청년실업이 거론되고 글로벌 경쟁과 기술혁명으로 일자리 창출이 점차 어려워지는 현실에 직면하는 우리 청년들로서는 불안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럴수록 주어진 현상을 직시하면서 자신의 좌표를 설정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우선 변화에 대응하는 주체는 자신이어야 한다. 정보혁명의 흐름에 순응할 수 있는 정보운용기술, 대화의 수단일 뿐만 아니라 정보교환의 매개체가 된 영어 구사능력, 자신이 열정을 가진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등은 스스로 갖추어야 한다. 다만,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만큼 개인이 변화의 흐름을 잘 인식해 대비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적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미국이 지닌 고민을 최근 각종 시민포럼을 통해 파악할 수 있었다. 금융위기로 인한 경제구조의 취약성, 과학기술인력 부족과 제조업 퇴조로 인한 경쟁력의 약화, 정보화 발달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 중국의 부상에 따라 미국의 독보적 지위 상실에 대한 조바심, 에너지 확보와 중동평화 간의 연관성 등이 미국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관심사이고 앞으로의 변화임을 포럼을 통해 이해하게 됐다. 이전에는 정보의 제한과 독점으로 많은 문제가 발생했으나 이제는 정보의 범람으로 믿을만한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게 됐다. 학술적으로 연구 업적이 높거나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가진 인사를 초청하여 최근의 변화에 대해 충실한 정보를 제공하는 정보교환의 장을 자주 마련해 우리 청년들이 이러한 장에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정보의 장에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 변화의 흐름을 낚아채는 것은 젊은이들의 몫이다. 주 휴스턴 총영사
※사외 필자의 견해는 본지의 제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