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일본과 일본인 /이재호

침략전쟁에 대한 부끄러움 알고 개방적·평화로운 이웃으로 답하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3-30 20:56:40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일본 동부지방 대지진의 참상 때 일본인이 보여준 침착함과 질서의식은 세계인의 경탄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인간정신의 진보'라고 표현한 서구의 언론도 있었다. 그 관점은 서구적인 관점이고 오히려 일본적인 심성의 발현이라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이번의 대재난 시에 일본인이 보여준 자세는 일본인 특유의 사생관과 종교관, 여기에 바탕을 둔 어린시절부터의 철저한 가정교육에서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일본을 무신론의 나라라고 주장한 유명 목사님도 계셨지만 일본은 신이 너무 많은 나라이다. 무려 800만이 넘는다. 일본인은 자연을 신으로 생각한다. 인간 또한 죽어서 신이 된다고 믿는다. 일본인 대다수의 종교인 신도(神道)는 조상숭배의 종교이다. 한국인도 조상을 숭배하지만 한국인이 숭배하는 조상은 자기 혈통의 조상이다.

일본인들이 숭배하는 조상은 자신의 조상이 아니라 국가의 선조들이다. 그 정상에는 천황이 있다. 일본인들은 천황을 '태양의 여신(아마테라스오이카미)'의 후예라고 믿는다. 만세일계(萬世一系)의 천황이 제사장이 되는 종교가 신도(神道)인 것이다. 사람이 죽어서 신이 되지만 후대에 신으로 모셔지는 사람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다. 야스쿠니신사는 메이지유신 후 국가를 위해 전사한 영령들을 모시는 신사이다. 죽어서도 자신을 기억해주고 신으로 추앙한다는 것을 믿기 때문에 일본인들은 국가를 위해 의연히 죽음의 길로 나아가는 것이다. 일본인들이 혈연주의 보다 공의(公義)를 더 중요시하는 것은 이러한 종교관 때문인 것이다.

일본인의 정신세계를 형성한 또 하나의 요소는 무사도이다. 무사도는 충절과 용기라는 기본적 덕목 외에 예의와 염치라는 도덕관을 가지고 있다. 예의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것"이고 염치는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다. 일본의 가정에서는 어릴 때부터 자녀들에게 "남에게 폐 끼치지 않기"와 "부끄러움을 알기"를 철저히 교육시킨다. 일본인들은 부끄러움을 당하고 명예를 손상당하는 일이 생기면 흔히 할복을 택했다. 목숨보다 명예가 소중하다는 것이 무사도정신이다.

하지만 일본정신의 가장 큰 단점은 보편성의 부족에 있다. 일본이 훌륭한 과학자와 정치가를 많이 배출했지만 뛰어난 종교가와 철학자가 드문 것은 보편성과 추상성의 부족 때문일 것이다. 보편성의 부족은 폐쇄성과 배타성을 가져왔다. 독일과 달리 일본이 아직도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이 부족한 것은 보편적인 인류정신의 진보라는 의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진에 뒤이은 원전사고는 일본정부의 비효율성을 드러내었다. 그래도 일본국민은 정부를 믿는다. 일본정부는 최소한 국민을 속이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하거나 믿음이 없는 정부는 장기적으로 가장 비효율적인 정부다.

일본의 미래는 과거의 우월감에 사로잡힌 일부 정치인들이 아니라 다나카상, 모리상, 나카무라상 같은 서민들에게 달려있다. 메이지유신 때까지 일본의 서민들은 성(姓)이 없었다. 유신 후 일본의 관리들은 서민들이 사는 장소에 따라 적당히 성을 만들어 주었다. 들판에 사는 사람은 다나카(田中)상, 숲에 사는 사람은 모리(森)상, 마을 복판에 사는 사람은 나카무라(中村)상이 되었다. 이들은 순박하고 정직한 사람들이다. 정치인들과 달리 이런 서민들이 한류에 열광하고 한국의 연예인에게 열광한다. 이것은 과거에 없었던 일이었다. 이들에게서 개방적이고 글로벌한 미래의 일본의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일본인들은 은(恩)과 의리(義理)의 관계에 철저한 민족이다. 은(恩)을 입으면 반드시 갚아야 하는 것이 의리이다. 일본에는 "기리(의리)는 쓰라린 것"이라는 속담까지 있다. 근대 일본의 대표적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에 주인공이 미운녀석에게 보복을 해야 하는데 과거 빙수 한 그릇 얻어먹은 은(恩) 때문에 고민하는 장면이 있다.

이번 대지진 때 보여준 한국인의 인간애는 일본인들을 감동시킨 것 같다.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면서도 마음의 벽을 쌓고 살아왔다. 이번에 역사의 피해자인 한국인이 먼저 마음의 문을 열었다. 일본인들도 개방적이고 평화로운 이웃이 되는 것이 이에 답하는 길일 것이다.

변호사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 김두관, 7일 대선 출사표…민주당 첫 주자
  2. 2조기 대선으로 초중고, 방학 연기 등 학사일정 조정 불가피
  3. 3개인 경호 외 대통령 예우 박탈, 한남동 관저서도 즉시 퇴거해야(종합)
  4. 4이재명 대세론 속 ‘장미 대선’ 레이스 점화(종합)
  5. 5부산시 산하 17개 공공기관 320명 신규채용
  6. 6대통령 윤석열 파면(종합)
  7. 7“너무 당연한 결과”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시민 희비교차
  8. 8자충수로 단명한 尹 ‘1000일 정부’
  9. 9‘코인 투자하면 50% 이자 지급’ 사기로 29억 가로챈 30대 실형
  10. 1012·3 비상계엄, 요건 모두 위반…尹 제기 ‘절차 문제’ 모두 불인정
  1. 1[속보] 김두관, 7일 대선 출사표…민주당 첫 주자
  2. 2개인 경호 외 대통령 예우 박탈, 한남동 관저서도 즉시 퇴거해야(종합)
  3. 3이재명 대세론 속 ‘장미 대선’ 레이스 점화(종합)
  4. 4대통령 윤석열 파면(종합)
  5. 5자충수로 단명한 尹 ‘1000일 정부’
  6. 612·3 비상계엄, 요건 모두 위반…尹 제기 ‘절차 문제’ 모두 불인정
  7. 7尹 “기대 부응못해 죄송…국민 위해 기도할 것”(종합)
  8. 8與 “국민께 사과…입법 독주 못 막은 점도 반성”(종합)
  9. 9尹, 이틀째 관저 머물며 퇴거 준비…대통령실 홈페이지도 운영 중단
  10. 10홍준표 대선 출마 시사 “30여 년 정치 인생 마지막 사명”
  1. 1키움증권, 이틀 연속 초유의 주문처리 시스템 ‘먹통’
  2. 2경제계 “이제 조속한 국정 정상화로 경제살리기 총력을”
  3. 3주유소 기름값 9주 연속↓…하락폭은 눈에 띄게 축소
  4. 4"주식 대주주 1인당 양도차익 29억원…정부는 감세 혜택만"
  5. 5트럼프 ‘전세계 10% 기본관세’ 발효…상호관세 9일부터, 韓 25%
  6. 6[속보] 트럼프 정부 ‘전세계 10% 기본관세’ 정식 발효
  7. 7세계 1위 포워딩 기업 부산항 찾아
  8. 8샤오미 15 울트라 국내 출시...'라이카 협업' 첫 마스터 클래스
  9. 9‘K-편의점’ 외국인 MZ관광객 핫플 부상
  10. 10지주택이 대선주조 인감 위조…동래구 ‘조합원 모집’ 무효화
  1. 1조기 대선으로 초중고, 방학 연기 등 학사일정 조정 불가피
  2. 2부산시 산하 17개 공공기관 320명 신규채용
  3. 3“너무 당연한 결과” “어떻게 이럴 수 있나” 시민 희비교차
  4. 4‘코인 투자하면 50% 이자 지급’ 사기로 29억 가로챈 30대 실형
  5. 5[속보] 문형배 “탄핵 심판절차 원만히 진행…언론·경찰에 감사”
  6. 6“자가용 억제·대중교통 유도, 싱가포르 정책 참고하자”
  7. 7부산서 유류탱크 보수하던 작업자 1명 사망
  8. 8의협 ‘尹파면’에 투쟁 본격화…20일 전국의사궐기대회 예정
  9. 9경찰·노동부 ‘산청 산불’ 발화 원인·중대재해 본격 조사
  10. 105일부터 예고된 김해 시내버스 총파업 극적 타결…시내버스 정상운행
  1. 1사직구장 재건축, 중앙투자심사 반려 ‘제동’
  2. 2NC, 롯데와 한솥밥 먹나?…사직구장 임시 사용 검토
  3. 3U-17 축구대표팀, 23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도전
  4. 4박정은 감독 “BNK, 부산의 자랑이 되길” MVP 안혜지 “우승 맛 보니 한 번 더 욕심”
  5. 5유격수 구인난 롯데, 경쟁체제 희망
  6. 6롯데, 적과의 동침…NC, 사직구장에 둥지 튼다
  7. 7롯데 반즈, 사직 징크스?…폭삭 무너졌수다
  8. 8KCC 홈경기 8연패 탈출…4일 삼성과 마지막 홈전
  9. 9[뭐라노] 사직구장 재건축 '제동'
  10. 10레이예스마저 깼다…"롯데, 돌아왔구나!"
다시 열린 트럼프 시대
충성파로 내각 채우고 입법부까지 장악…트럼프 폭주 예고
다시 열린 트럼프 시대
美공장 지어 무역장벽 우회…‘미국통’ 등용 네트워킹 강화도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市 노동안전보건센터, 조속한 설립 필요하다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개발의 시대, 꼭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우리에게 절실한 성장 마인드셋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현대과학이 만든 에너지 화수분
제로 인공지능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시민은 ‘청년이 돌아오는 부산’을 원한다
기고 [전체보기]
UN 제5사무국 유치, 글로벌허브도시 향한 첩경
에어부산 분리매각만이 합리적 해법인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기관장 잔치’된 체전 폐회식…선수가 주역인 축제 만들자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부산은 왜 망해가고 있을까
이형(고종), 이승만, 박정희, 윤석열 - 그들의 계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와 통하는 힙한 판소리
조선시대 조상들의 고독 대처법
김창욱의 스포츠 탐색 [전체보기]
골프 vs 파크골프, 당신의 선택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일자리 지키기, 중요한 이유
북극항로의 시급성과 중요성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
도청도설 [전체보기]
철도 지하화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
메디칼럼 [전체보기]
산재보험, 신청을 늦게 하는 이유
디지털 헬스케어와 미래의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금정산성막걸리와 겨울 안주
사하구 노포 맛집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 키우기 제5원칙, 사회적 소통
뇌력 키우기 4원칙 ‘잘먹기’
사설 [전체보기]
민주주의 일상 회복…공동체 분열 극복하자
트럼프 상호관세 직격탄, 리더십 부재 속 더 큰 충격
세상읽기 [전체보기]
위기의 대한민국과 다시 읽는 ‘공화주의’(共和主義)
건설 현장의 위험, 호흡기 질환과 직업성 암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전쟁과 장터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양질의 지속 가능한 건강보장을 위한 개혁 방안
인구 위기 본질과 노인 연령의 합리적 조정 방안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무주공해(無主空海)
트럼프 2.0 그리고 대한민국 해양정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트럼프의 속마음 읽기
고환율의 명령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주민투표로 결정되는 부산·경남행정통합
수능 폐지를 위한 10년 교육 실험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의 8대 명당, 김극뉴의 묘
퇴계 이황과 서애 류성룡의 생가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트럼프의 ‘윤석열 구하기’ 망상
문민을 국방부 장관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특권의식
유효기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모리스 라벨
겨울 나그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시인 권구현의 ‘금강산 풍경’
‘자연’ 임신의 검정 강아지
CEO 칼럼 [전체보기]
브이드림의 ‘감사하는 조직문화’
중소기업, 해외시장으로 눈 돌려야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