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시론] 이주아동이 당당히 교육받을 권리를 위하여 /이한숙

이주민 유입 20여년 입학·전학 거부 예사, 인권위 보장 권고에 정부 시늉내기 그쳐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1-07-17 20:20:47
  •  |   본지 2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대부분의 국민국가는 정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국적과 체류자격에 따라 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권리의 범위를 뚜렷이 제한하고 있다. 많은 이들에게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이 사실에 강한 의문을 던지게 하는 것은 이주민 유입의 역사 20여년 동안 어느덧 훌쩍 커버린 이주아동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다.

국경을 넘는 이주는 구조적이고 강제적인 요인에 의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은근하고, 복잡한 형태를 띠고 드러나기 때문에 이주는 순전히 이주자의 자발적인 의지에 의한 것처럼 인식된다. 그러나 아이들은 본인이 선택해서 '이주' 아동이 되거나, '미등록 체류' 아동이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훨씬 분명하다. 국적과 체류자격에 따른 권리의 제한은 이 아이들에게도 별반 예외가 없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아무리 오랫동안 한국에서 살았더라도, 부모 중 한 명이 한국인이 아닌 이상 영주권이나 국적을 받는 것이 불가능한 한국에서는 이런 권리의 제한이 더욱 뚜렷하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이주아동의 교육권 실태조사'는 미등록 체류아동이 여전히 학교에 다니기 힘든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학교 측에서 비자를 확인하기도 하고, 학교 사정을 들며 입학이나 전학을 노골적으로 거부하기도 한다. 단속의 두려움이 아이들을 학교에서 밀어내기도 한다. 법무부의 집중단속기간이면 부모들은 강제추방의 두려움 때문에 자녀들을 학교에 보내지 못한다. 어차피 아이를 학교에 보내도 공식적인 교육경력으로 인정되지도 않고, 상급학교에 진학할 수도 없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말 이 실태조사에 근거해 이주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올해 6월 법무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주아동의 재학률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고, 교육공무원 등이 미등록체류자를 발견할 때 출입국 기관에 통보해야 할 의무를 유보 또는 면제하겠다는 등이 그것이었다. 환영받아 마땅한 결정인 것은 분명하지만 이번 결정이 이주아동의 교육권을 보장하는 데 그다지 커다란 '진전'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은 20년 전인 1991년에 이미 유엔의 '아동에 관한 권리협약'에 가입·비준했다. 협약의 내용이 지켜지지 않는데 대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가 "모든 외국인 어린이에게도 한국 어린이들과 동등한 교육권을 보장"하라고 한국정부에 권고한 것이 2003년이었다. 그 후 한국정부는 국내 거주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서류만 있으면 아이들이 체류 자격에 상관없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했다. 2006년 8월부터 2008년 2월까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미등록 체류 부모에게 합법적 체류를 허용하는 한시적 사면조치가 시행되기도 했었다. 이주아동의 교육권에 관심을 갖고 있던 많은 이들은 이 한시적 사면조치가 적어도 한국에서 학교에 다니고 있는 아동들의 보호자에 대해서는 장기 체류를 인정하는 조치로 발전하기를 기대했었다. 그러나 그즈음 정권을 이양 받은 현 정부는 그 기간연장을 단호히 거부했다. 그리고 2010년 실태조사는 별반 달라지지 않은 현실을 보여주었다.

정부부처들이 흔히 하는 변명은 다른 선진국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민에 대한 폐쇄성에서 한국과 쌍벽을 이루는 일본조차도 '재류특별허가'라는 제도를 활용해 학교에 다니는 나이가 된 자녀가 있는 미등록체류자 가족에게는 영주를 허용하고 있다. 매년 이 제도를 통해 사면되는 미등록 체류자의 수는 만 명을 훌쩍 넘는다. 이미 사회화의 가장 중요한 시기를 일본에서 보낸 아이들은 부모의 나라로 돌아가도 적응하기 힘들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그에 비하면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공부가 하고 싶어 학교에 온 미등록체류자 아동을 선생님이 출입국 기관에 신고하지 않아도 봐 주겠다는 정도인 것이다.

법무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이번 결정이 국제협약을 비준하고도 지키지 않는다는 국내외의 지탄에 대한 생색내기가 아닌가 의심하면서도, 관련법 개정을 고려하겠다는 법무부의 행보를 가슴 졸이며 지켜보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빼앗겨 버린 수많은 아이들의 미래가 그 행보에 달려있기 때문에.

이주와 인권연구소 소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국민의힘, 주말 이후 대선 모드…김문수·홍준표 등 출마 선언 이어질 듯
  2. 2부산, 울산, 경남 대체로 맑고 포근… 낮 최고기온 부산 17도
  3. 3우의장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 시행 제안”
  4. 4홍준표 “25번째 이사 …마지막 꿈 향해 상경”
  5. 5尹정부 내내 추락한 경기지수, '임기 중 최저치'로 마침표(종합)
  6. 6토허제 시행에도 강남3구·용산·성동 아파트값 고공행진
  7. 7[속보] ‘산불 의인’ 인니 국적 3명 “특별기여자 체류자격 부여”
  8. 8경북산불 폐기물 비용만 "1500억 이상일 듯"
  9. 9尹정부 경기지수 ‘최저치’로 마침표…계엄 후 더 추락
  10. 10뉴욕타임스 “지난 4개월간 한국 민주주의 원상 회복력 입증했다”
  1. 1국민의힘, 주말 이후 대선 모드…김문수·홍준표 등 출마 선언 이어질 듯
  2. 2우의장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 시행 제안”
  3. 3홍준표 “25번째 이사 …마지막 꿈 향해 상경”
  4. 4尹 정부 대통령기록물 이관작업 내주 본격화
  5. 5민주 “尹, 대선승리 운운 관저정치…국힘, 尹과 결별해야”
  6. 6[속보] 우의장 “개헌 제안, 민주당 포함해 여러 당 지도부와 얘기한 것”
  7. 7[속보] 끝내 승복 않는 尹…지지단체에 “늘 여러분 곁 지키겠다”
  8. 8김동연 “尹파면, 한국에 새 길 열려”…각국 정상 등 100명에 서한
  9. 9[속보] 김두관, 7일 대선 출사표…민주당 첫 주자
  10. 10개인 경호 외 대통령 예우 박탈, 한남동 관저서도 즉시 퇴거해야(종합)
  1. 1尹정부 내내 추락한 경기지수, '임기 중 최저치'로 마침표(종합)
  2. 2토허제 시행에도 강남3구·용산·성동 아파트값 고공행진
  3. 3尹정부 경기지수 ‘최저치’로 마침표…계엄 후 더 추락
  4. 4영끌 대신 살 아파트 지분투자… ‘한국형리츠’ 제도화 시동
  5. 5정부, 지자체가 청년·고령자 등 계층 특성 맞는 주택 건설 때 80% 지원
  6. 6‘킬체인 핵심’ 초소형위성체계 개발 ‘이상무’
  7. 7'두 달 공백기' 들어가는 韓경제…"'필수 추경' 등 재정투입 시급"
  8. 8미 USTR "기존 무역협정 '현대화' 필요"…한미FTA 재개정 기로
  9. 9교통안전공단, 부산서 6월부터 전기차 전용 검사장비 실증연구
  10. 10해수부 “봄철 늘어나는 섬 나들이 땐 안전이 최우선”
  1. 1부산, 울산, 경남 대체로 맑고 포근… 낮 최고기온 부산 17도
  2. 2[속보] ‘산불 의인’ 인니 국적 3명 “특별기여자 체류자격 부여”
  3. 3경북산불 폐기물 비용만 "1500억 이상일 듯"
  4. 4뉴욕타임스 “지난 4개월간 한국 민주주의 원상 회복력 입증했다”
  5. 5우주항공수도 사천, 위성개발혁신센터 구축 본격화
  6. 6울산서 승용차가 맞은 편 시외버스 등 차량 4대 연쇄 충돌
  7. 7길어지는 이재민 대피시설 생활, 임시주택 16곳만 설치 중
  8. 8尹지지자, 광화문광장서 자해 시도…‘찰과상’ 응급처치
  9. 9울산 입화산 자연휴양림 조성 사업 급물살
  10. 10[속보] 울산 울주 온양읍 야산에 불…헬기 동원 진화 중
  1. 1사직구장 재건축, 중앙투자심사 반려 ‘제동’
  2. 2NC, 롯데와 한솥밥 먹나?…사직구장 임시 사용 검토
  3. 3U-17 축구대표팀, 23년 만에 아시안컵 우승 도전
  4. 4박정은 감독 “BNK, 부산의 자랑이 되길” MVP 안혜지 “우승 맛 보니 한 번 더 욕심”
  5. 5롯데, 적과의 동침…NC, 사직구장에 둥지 튼다
  6. 6유격수 구인난 롯데, 경쟁체제 희망
  7. 7롯데 반즈, 사직 징크스?…폭삭 무너졌수다
  8. 8KCC 홈경기 8연패 탈출…4일 삼성과 마지막 홈전
  9. 9[뭐라노] 사직구장 재건축 '제동'
  10. 10레이예스마저 깼다…"롯데, 돌아왔구나!"
다시 열린 트럼프 시대
충성파로 내각 채우고 입법부까지 장악…트럼프 폭주 예고
다시 열린 트럼프 시대
美공장 지어 무역장벽 우회…‘미국통’ 등용 네트워킹 강화도
강동묵의 디톡스 [전체보기]
市 노동안전보건센터, 조속한 설립 필요하다
강동진의 도시이야기 [전체보기]
개발의 시대, 꼭 생각해 보아야 할 것들
우리에게 절실한 성장 마인드셋
과학에세이 [전체보기]
현대과학이 만든 에너지 화수분
제로 인공지능
국제칼럼 [전체보기]
부산시교육감 재선거 사전투표소에서
시민은 ‘청년이 돌아오는 부산’을 원한다
기고 [전체보기]
UN 제5사무국 유치, 글로벌허브도시 향한 첩경
에어부산 분리매각만이 합리적 해법인가?
기자수첩 [전체보기]
‘기관장 잔치’된 체전 폐회식…선수가 주역인 축제 만들자
김석환의 이미 도착한 미래 [전체보기]
부산은 왜 망해가고 있을까
이형(고종), 이승만, 박정희, 윤석열 - 그들의 계엄
김지윤의 우리음악 이야기 [전체보기]
세계와 통하는 힙한 판소리
조선시대 조상들의 고독 대처법
김창욱의 스포츠 탐색 [전체보기]
골프 vs 파크골프, 당신의 선택은?
뉴스와 현장 [전체보기]
‘좋은’ 일자리 지키기, 중요한 이유
북극항로의 시급성과 중요성
데스크시각 [전체보기]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것
도청도설 [전체보기]
철도 지하화
탄핵심판 선고 생중계
메디칼럼 [전체보기]
산재보험, 신청을 늦게 하는 이유
디지털 헬스케어와 미래의료
박상현의 끼니 [전체보기]
금정산성막걸리와 겨울 안주
사하구 노포 맛집
박지욱의 뇌력이 매력 [전체보기]
뇌력 키우기 제5원칙, 사회적 소통
뇌력 키우기 4원칙 ‘잘먹기’
사설 [전체보기]
민주주의 일상 회복…공동체 분열 극복하자
트럼프 상호관세 직격탄, 리더십 부재 속 더 큰 충격
세상읽기 [전체보기]
위기의 대한민국과 다시 읽는 ‘공화주의’(共和主義)
건설 현장의 위험, 호흡기 질환과 직업성 암
엄길청의 문전성시 [전체보기]
전쟁과 장터
이상이 칼럼 [전체보기]
양질의 지속 가능한 건강보장을 위한 개혁 방안
인구 위기 본질과 노인 연령의 합리적 조정 방안
이제명의 오션 드림 [전체보기]
무주공해(無主空海)
트럼프 2.0 그리고 대한민국 해양정책
이홍의 세상현미경 [전체보기]
트럼프의 속마음 읽기
고환율의 명령
전호환의 두잉세상 [전체보기]
주민투표로 결정되는 부산·경남행정통합
수능 폐지를 위한 10년 교육 실험
주재민의 명당을 찾아서 [전체보기]
조선의 8대 명당, 김극뉴의 묘
퇴계 이황과 서애 류성룡의 생가
차재원의 정치평설 [전체보기]
트럼프의 ‘윤석열 구하기’ 망상
문민을 국방부 장관으로!
최태호의 와인 한 잔 [전체보기]
특권의식
유효기간
하순봉의 음악이야기 [전체보기]
모리스 라벨
겨울 나그네
황정수의 그림산책 [전체보기]
시인 권구현의 ‘금강산 풍경’
‘자연’ 임신의 검정 강아지
CEO 칼럼 [전체보기]
브이드림의 ‘감사하는 조직문화’
중소기업, 해외시장으로 눈 돌려야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