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항해를 하거나 고기잡이하는 곳일 뿐 아니라 '바다를 지배하는 자, 세계를 지배한다'는 것을 최초로 파악한 인물은 고대 아테네의 명장이며 정치가였던 테미스토클레스였다. 그는 기원전 480년 당시의 대제국이며 전제국가였던 페르시아의 침략을 예상하고 아테네의 주력을 육군에서 해군으로 바꾸었고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군을 격파하여 유럽문명과 시민의 자유를 구하였다.
근대에 와서 영국이 세계의 패권국이 된 것은 세계의 바다를 지배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년간 수백 번의 전투에서 승리를 거듭하여 유럽을 휩쓸었던 나폴레옹의 시대가 유럽 하늘을 수놓은 불꽃처럼 사라져버린 근본적인 원인은 넬슨 제독이 지휘한 영국 해군에게 1805년의 트라팔가르 해전에서 패배했기 때문이었다. 트라팔가르 해전 후 나폴레옹은 "유능한 수병은 타고나는 것이다"라고 한탄하였다고 한다.
한국인은 역사적으로 해양적 유전자가 풍부한 민족이다. 삼국시대에도 고구려와 신라가 중국과의 해전에서는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 이후 통일신라시대의 장보고는 동아시아 해상의 패자(覇者)였고 고려시대에 고려 해군은 당시 동양 최강이었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와서 중국에 대한 사대사상에 젖은 국왕과 양반관리들이 중국을 본받아 해금(海禁)정책을 취함으로서 한국인의 해양적 유전자가 억제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1960년대 들어 박정희 정부가 과감한 대외 개방적 해양정책으로 한국사의 방향을 전환하였다.
현재 한국은 세계 1위의 조선, 5위의 해운, 7위의 무역고를 가진 해양강국이다. 해양국가는 바다가 갖는 특성 때문에 민중의 힘이 커져 민주국가에 이른다고 역사학의 아버지인 고대 그리스의 투키디데스가 말한 바 있다.
이제 세계의 어떤 나라도 해양을 통한 물류의 이동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과거 자족(自足)의 제국이었던 중국도 말라카 해협과 남태평양의 해상로의 확보가 제국 유지의 생명줄이 되었다. 중국이 패권국이 되기 위해서는 남태평양의 제해권이 필수적이다. 그 전략의 첫 단계로 서해에 자체 개발한 항공모함을 띄우니 세계가 진동하였다. 이 항공모함은 러시아에서 가져온 고물 항공모함을 개조한 것이기는 하나 곧 순수한 자국산이 나올 예정이다.
중국의 동북지방은 중국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그 곳의 관문인 다렌항은 수심이 얕아 항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고 한다. 러시아의 연해주 지방은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지만 부동항(不凍港)이 없어 개발이 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동해의 항구들은 중국 동북지방과 러시아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항구들이다. 부산, 나진 등 동해의 항구에 대륙의 자원과 일본 등 세계의 기술을 모으는 물류단지가 형성되고 그 제품이 세계로 수출된다면 동해가 동아시아의 경제중심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북극항로가 열리면 유럽, 미국으로 가는 직항로가 동해를 통과하게 된다. 한국이 다시 대륙국가로 가야 한다는 주장은 우리의 강점을 포기하는 주장인 것이다.
현 정부에서 해양수산부가 폐지되고 건설교통부에 통합됨으로서 해양정책이 실종되고 토지정책의 들러리가 된 듯하다. 수심이 얕아 컨테이너항이 될 수 없는 서해안에 항만을 몇 개나 건설하는 것은 수도권 중심의 내륙적 사고방식의 전형이다. 결국 기존 항만의 세계적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예산만 낭비하는 것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어도와 남해의 대륙붕 문제도 미래의 화약고이다. 현재 중국과 일본이 남해의 대륙붕을 두고 치열한 이론대결을 벌이고 있는데도 한국정부는 관심도 없다. 만약 중국과 일본이 한국을 배제하고 자기들만의 타협을 이룬다면 박정희 정부 시절 어렵게 확보해 놓은 대륙붕이 딴 나라의 것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또한 독도는 동해의 해상로와 제해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이다. 독도 인근 해저에는 엄청난 자원이 묻혀 있다고 한다. 독도에 대한 법률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인류에게 남은 유일한 미지의 대륙인 남극대륙에 대한 선점과 탐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해양에 관한 이러한 산적한 문제를 전담할 해양부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