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살리기 사업을 중단하라고 시민들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낙동강 사업은 법적 요건인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4대강 사업이 적법하다고 원고 패소 판결한 1심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법적 정당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사법부는 정부의 위법성을 인정했을 뿐 사업시행 계획을 취소해달라는 원고의 청구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각하 또는 기각했다. 사업이 거의 100% 완성된 상태에서 공사를 중단할 경우 엄청난 혼란과 함께 공익과 국가 재정에도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라는 게 재판부의 설명이다.

국민소송단이 2009년 소송을 제기한 지 3년 만에, 더욱이 현장 공사가 완료된 시점에서 나온 때늦은 판결임에 분명하다. 정부 행위가 위법하다면서도 실행 사업 자체를 취소하거나 원상회복을 명하지 못하는 이른바 사정판결(事情判決)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하지만 법과 절차를 무시한 정부의 초법적 행위를 법의 잣대로 심판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항소심 재판부가 인정한 정부의 위법성은 국가재정법상 예비타당성 조사 불이행이다. 500억 원 이상 대규모 국책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쳐야 하도록 규정돼 있는데도 이를 누락해 행정처분이 위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낙동강 사업이 하천법과 문화재보호법, 환경영향평가법 등이 정한 규정과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거나 재량권을 남용했다는 원고 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문제는 향후 4대강 사업을 어떻게 안고가느냐는 것이다. 누수 등 부실공사가 드러나고 보의 기능조차 의문시되고 있는 마당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보수유지하는 것도 원상복귀 못지않게 어려운 일 아닌가. 정당한 절차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한 4대강 사업은 벌써 골칫거리로 전락한 셈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지만, 정부가 먼저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