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사가 국민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고 있다. 비서실장에 새누리당 유일호 의원을 임명한 것은 그렇다 쳐도 수석대변인에 극우 언론인으로 분류되는 윤창중 씨를 임명한 것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 극단에 치우친 시각을 보여온 인사를 중용해서야 대통합과 소통을 내세운 박 당선인의 국정 구상이 희석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박 당선인이 이번 첫 인사에서 친박과 영남 인사들을 뺀 것은 적절하다고 할 만하다. 그러나 수석대변인에 윤 씨를 임명한 것은 석연하지 않다. 그는 문화일보 논설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거친 언사를 써 가며 야당과 진보 진영을 종북으로 매도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최근엔 문재인 전 후보를 지지한 구 여권 인사들에게 '정치적 창녀'라는 저급한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한 종편에 출연해선 "(박 정권이 들어서면) 한자리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에 자신에 대한 모독이라고 펄쩍 뛰기도 했다니 인간적 심지도 깊지 않은 모양이다.

개인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라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그가 대통령 당선인 수석대변인이란 공직을 맡은 데 있다. 대선 다음 날 "'대한민국 세력'과 '반(反) 대한민국 세력'과의 일대 회전에서 승리했다"라고 쓴 것은 야당을 지지한 48%의 국민을 모독하는 발언일 수 있다. 정치적 편 가르기에 앞장선 사람을 중용해서야 대통합 행보라 하기 어렵다. 이런 외골수 인사는 여론 청취를 통한 소통과 토론보다 보안을 강조하는 박 당선인의 폐쇄적 스타일에 기인한 바 크다. 이런 일이 반복될 수도 있겠기에 걱정스러워서 하는 말이다.

박 당선인은 5년 전 이명박 인수위 시절의 난맥상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인수위원장의 '어륀지' 발언에다 '비즈니스 프렌들리' 따위 정제되지 않은 정책이 쏟아져 국민의 냉소를 받았던 터다. 하필이면 극우 언론인이라니 첫 단추부터 잘못 끼어선 곤란하다. 박 당선인은 윤 씨의 임명을 재고하는 게 옳다. 지금은 절반에 가까운 국민의 낙망을 어루만질 때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