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에 또다시 대규모 정전이 발생했다. 3년 전 신도시 주민 수만 명이 9시간동안 한겨울 추위에 떨어야 했던 대정전의 기억이 채 지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사고다. 그 사이에도 크고 작은 정전이 잇따랐다. 짧게는 수분 길게는 몇시간씩 전력 공급이 끊길 때마다 승강기 갇힘 같은 안전사고는 물론 재산 피해까지 입어야 하는 주민은 불안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신도시 전기를 책임진 정관에너지 측의 설명대로라면 이번 정전은 2017년 사고 관련 설비 교체 작업 도중 발생했다. 기존 변압기와 신설 변압기를 연동시키는 과정에서 프로그램 오류가 났다는 것이다. 이 작업이 안정화되면 더 이상의 정전은 없을 것이란 게 사업자 측 해명이다. 하지만 이 말이 옳아도 문제고 아니어도 문제다. 3년 전 사고도 부실 시공된 변압기 전선이 원인이었다. 비슷한 패턴의 사고를 거듭하는 사업자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이 든다.

애초 한전이 독점하던 전기 공급을 민간에 개방한 건 전기 생산 경로의 다양성을 높여 소비자의 선택 폭을 확대하는 등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정관의 민간 전기 공급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정전사고가 잦은 것은 물론이요 복구에도 많은 시간이 걸린다. 사후 대처능력에도 한계를 보이는 것이다. 안 그래도 공공재인 전기를 민간이 공급할 경우 사업자가 안전보다는 수익을 앞세울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전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수익성이 없다며 포기하는 다른 지역의 사례를 봐도 그렇다. 무리한 민영화의 폐해를 애꿎은 주민이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근본적인 회의가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민간 전기사업자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다지만 이런 사고가 자꾸 나고 보니 무슨 관리를 해왔다는 건지 모르겠다. 사고에 대비한 예비설비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시설 개·보수를 하는지, 인력 운용에 문제가 없는지 보다 엄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기장군이 산자부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라고 하니 그 결과에 따라 철저한 처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