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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각] 부산, 동북아 해양수도 맞습니까 /임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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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0-12-30 19:48:48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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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해양수도’. 부산을 상징하는 슬로건이다. 항만·수산 관련 해양산업 현황을 보면 이 말이 실감나기도 한다. 2018년 기준 해양산업 업체는 해운항만물류, 수산, 해양관광 등을 포함해 모두 2만7187개소다. 이 중 해양관광 부문은 1만3383개소로 전국의 49.2%다. 관련 매출액은 조선 부문까지 포함해 39조4000억 원(중복 산출)대로 추정된다. 부산항은 지난해 기준 컨테이너 물동량 2199만 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전세계 6위이자 환적항으로는 세계 2위 다. 부산공동어시장은 국내 연근해 수산물 유통의 30%, 전국 고등어 위판량의 80%를 차지하고 있으며,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 국내 해양·수산 분야 대표 기관들이 영도구 동삼혁신지구에 터를 잡고 있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본다면 부산을 해양수도라고 불러도 무방할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빛 좋은 개살구’라는 세간의 평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부산항 항만연관산업의 부가가치는 1조2700억 원으로 싱가포르항(5조5500억 원)의 23%, 네덜란드 로테르담항(8조6700억 원)의 15%, 상하이항(5조3100억 원)의 25%다. 부가가치 부문도 항만관련 산업(22.1%)보다는 항만하역 및 지원서비스(60.3%) 등 단순 서비스에 편중돼 있다.

부산이 세계적 해양·항만도시에 비해 도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해양자치권 부재’를 원인으로 꼽는다. 항만건설·운영, 연안관리, 선사유치 등 해양과 수산 등 바다 관련 대부분의 권한은 중앙정부가 장악하고 있다. 해양관광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상황에서도 부산은 유람선 한 척 마음대로 띄울 수 없다. 부산항 해역 212.7㎢는 국가 무역항으로, 부산지방해양수산청과 부산항만공사 등 중앙정부가 관리권을 갖고 있다. 부산시는 국가 무역항의 1%도 안 되는 1.73㎢ 의 지방 연안항 관리만 가능하다.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 형태인 부산항만공사의 지난해 매출액(3340억 원) 가운데 부산·경남에 납부한 지방세는 200억 원으로 매출액 대비 6.2%다. 대형 유통기업과 마찬가지로 재주는 부산에서 넘고, 돈은 모두 중앙으로 올라가는 구조다. 육지는 말할 것도 없고 해상에서도 요원한 지방분권의 현주소다. 반면 세계적인 항만을 가진 상하이 함부르크 로테르담 등은 항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지방정부가 항만운영과 자율권을 보장받고 있다.

13개 해양·수산 기관이 부산에서 해양클러스터를 형성했지만 이들이 보유한 기술이나 연구 성과, 역량을 부산시나 지역 기업이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전 당시 ‘동삼혁신지구가 세계적인 해양수산 R&D 허브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는 하드웨어 구축으로만 끝날까 우려스럽다. 해양자치권 확보를 위한 부산시의 행보도 마뜩찮기는 매한가지다. 5개과 19개 팀으로 조직된 부산시 해양수산물류국은 항만 부문 실권이 없는, 행정지원 부서다. 정책 순위에서 밀리는 것은 물론 예산도 시 전체(내년 기준 10조 3418억 원)의 2.9%(3000여억 원)에 그친다. 시가 주도하는 공동어시장 공영화·현대화작업은 10년째 지지부진하며, 2000억 원을 들여 만든 부산국제수산물도매시장도 개장 13년이 되도록 활성화 방안을 못 찾고 있다. 부산지역 항만·수산분야 정책개발 및 관련 산업의 컨트롤타워 기능을 수행할 ‘(가칭)부산항만수산산업진흥원’ 설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 결과 최근 ‘타당성 있음(B/C=1.288)’으로 나왔지만 드러내놓고 추진도 못한다. 민선 7기 공약인 만큼 내년 4월 보선에서 새 시장이 어떻게 방향성을 잡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동북아 해양수도가 되기 위해서는 해양자치권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부산시 등 관계기관의 움직임은 더디기만 하다. “우리는 바다를 바라보기만 할 뿐 이해나 탐구, 활용·보호하지 못하고 있다. 역대 어느 단체장도 바다를 보는 청사진이 없다”는 한 시의원의 한탄이 귀에 꽂힌다. 4개월 뒤 부산시민은 새로운 시장을 뽑는다. 천혜의 보고인 바다를 품고서도 제대로 활용할 의지도, 추진력도 없던 과거와 다른 인물이 나오길 기대한다.

해양수산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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