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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문화도시 2.0’을 위하여

  • 윤정국 중앙대 예술대학원 교수
  •  |   입력 : 2022-09-05 19:05:4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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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통한 지속 가능한 지역발전 및 지역주민의 문화적 삶 확산’. 이러한 비전으로 전국의 많은 도시가 열정을 갖고 추진해온 문화도시 사업이 큰 변곡점을 맞고 있다. 5차(5년)에 걸쳐 30개 문화도시 지정을 목표로 시작한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도시 정책은 2019년 말부터 2021년 말까지 3차에 걸쳐 18개 문화도시를 지정함으로써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지자체 입장에서 문화도시 사업은 아주 매력적이다. ‘문화도시’라는 타이틀이 주는 명예와 함께 5년간 해마다 국가 예산 15억 원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비 1:1 매칭 원칙에 따라 국가 예산과 지자체 예산을 합친 연간 30억 원은 문화예산으로 지역에서 큰 액수다. ‘문화도시 지정’이라는 사업 결과는 지자체장의 큰 업적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선거를 앞두고 많은 도시가 이 사업에 뛰어드는 바람에 전국이 현재 치열한 경쟁의 늪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까지 문화도시 사업을 신청한 도시가 전국 226개 기초지자체 중 절반 넘는 120개에 이른다는 사실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자체 문화도시 조례 제정 증가, 지자체 문화투자 확대 등의 성과를 낳았다는 일부 평가도 있지만, 문제점과 부작용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문화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는 새 정부 출범 시기에, 문제점 해결을 통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문화도시 2.0’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필자는 경남 지역에서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해본 경험에 입각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그동안의 문화도시 정책이 소수 전문가에 의해 좌우되어 지역문화 현장과 유리됐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소수 전문가가 결정한 정책과 성과지표를 여론 수렴 없이 지역문화 현장에 그대로 내려보내 지역의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각 도시가 여건과 환경에 맞게 자율적으로 목표를 정해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 문화도시의 목표가 문화적 도시재생 등의 경제적 가치냐, 아니면 공동체 회복 등 사회적 가치냐 하는 논쟁이 전문가들 사이에 일고 있다. 이것도 지자체에 선택권을 주어 도시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정하게 하는 것이 정책 취지에 맞을 것이다.

둘째, 중앙 정부나 전문가는 문화도시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시민 참여와 시민 거버넌스(시민협의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더 의미 있는 사업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지역에서 일해보면 소수 활동가가 나설 뿐 일반 시민 참여는 활발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시민 거버넌스 형성이 목표가 되다 보면 사업이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흘러갈 수도 있다. 예술가와 시민이 함께 예술작품을 만들고 즐기는 커뮤니티아트 등의 대안을 찾는 것이 좋겠다. 지역문화콘텐츠 개발이나 지역문화 브랜딩 등 5년 동안 효과가 확실히 드러나는 사업을 펼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 여건이 좋은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를 같은 기준으로 평가하는 현행 제도는 공정하지 않다. 인구수나 재정자립도를 기준으로 도시를 2~3개 그룹으로 나누어 심의하는 게 공정하고 합리적이다.

넷째, 문화도시 정책에 지역균형발전 개념을 포함시켜 수도권 도시들은 정책 대상에서 배제하고 비수도권 기초지자체만 대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문화적 삶이 가능한 비수도권 도시를 확대해 수도권 집중을 막고 인구 분산 효과를 거두자는 것이다.

다섯째, 5년간 30개 문화도시 지정 후에는 ‘문화도시 인증제’로 변경하는 것이 좋겠다. 정부의 최초 발표대로 2023년 말까지 5년간 30개 문화도시 지정 완료 이후에는 지정제를 인증제로 변경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어느 도시든 문화도시로 인증해주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은 전국적 논의와 숙의의 과정이다. 많은 도시가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문화도시 정책을 정부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쉽게 바꾸어서는 안 될 일이다. ‘문화도시 2.0’ 정책 수립에 지역 문화계의 여론 수렴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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