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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믿~숩니꽈?

  • 국제신문
  •  |   입력 : 2022-11-14 19:07:06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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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의 아픔에서 건강으로 가는 첫 단계가 무엇일까. 무엇보다 먼저 떠오르는 건, 믿음의 회복이다. 종교에 국한된 믿음이 아니라 포괄적인 믿음이다. 아프면 예민해지고, 예민해지면 의심과 불안이 커진다. 상상 속에서 염려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것 같고, 평소엔 당연하게 믿던 것들에도 불신이 생긴다. 약해진 몸과 마음을 스스로 보호하려는 과민반응이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차분히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고 불안한 생각 대신 믿음의 힘을 키워야 한다.

그림= 서상균 기자
특히 치료를 받는 환자라면 본인이 치료 과정의 주인공이라는 믿음을 놓치면 안 된다. 병을 낫게 해서 건강한 상태로 회복하는 과정에는 치료나 약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환자의 마음가짐이 더 큰 역할을 한다. 내 앞에 있는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모든 치료인력이 진심으로 나를 치료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믿어야 한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의심과 직감은 아픈 나를 더 아프게 하는 원인이 될 뿐이다.

‘이 의사가 내 병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을까? 큰 병원에 가야 하는 건 아닐까? 내가 의료사고의 희생자가 되면 어쩌지? 혹시 처방전이 바뀌면 어쩌지? 지금 처방받은 약이 치료효과가 있을까?’ 이런 생각들은 대부분 근거가 없는 의심과 직감이다. 이런 생각들이 행동으로 이어지면 좋은 의사와 병원을 만나고서도 인연을 이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한의원에서는 마음속 의심을 밖으로 내뱉는 분들도 종종 있다. ‘침 맞는다고 좋아지겠습니까? 대학병원에서도 못 고쳤는데, 아픈지 몇 년이나 됐는데. 한약 먹는다고 치료가 되긴 하겠습니까?’ 설마 하는 분도 있겠지만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에피소드 중 하나다. 처음 만난 환자분에게 이런 말을 듣고 나면 힘이 빠지고 감정이 흔들리기도 한다. 그때 다시 마음을 다잡고 희망의 언어로 치료를 이어가는 것은 큰 에너지가 소모되는 과정이다. 치료에 집중해야 할 에너지가 소모된 감정을 추스르는 데 쓰이는 것은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손해다.

불안한 마음은 종종 다른 모습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원장님만 믿습니다’ 혹은 ‘나만 낫게 해주면 이 동네 아픈 사람들 다 데리고 올 테니 낫게 좀 해줘 봐요’라는 경우가 그렇다. 과도한 믿음의 표현은 불안함의 다른 얼굴이기도 하다. ‘믿는다’는 표현을 여러 번 하는 것 보다 묵묵히 치료받으러 오시는 것이 의료진과의 좋은 관계 형성에 더 효과적이다. 꾸준히 치료받는 분들에게는 더 좋은 치료 결과로 보답하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내원 때마다 의료진을 긴장하게 만들거나 감정적으로 소모시키지 않으니, 오롯이 치료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어 예후가 더 좋은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항상 치료 결과가 좋았던 어느 환자분과의 대화가 생각난다. “원장님, 저는 어느 병원을 가든 내 앞에 있는 의사가 대한민국 최고 의사라고 생각하면서 다닙니다. 다들 열심히 공부한 분들 아입니까. 우리나라는 선진국이니까 약도 좋을 끼고, 그러니 알아서 좋은 약과 치료로 나를 낫게 해주겠구나 이렇게 생각합니다. 인터넷으로 뒤져보고 이런 거 안 합니다. 내가 조사해봤자 그분들보다 더 알겠습니까. 고마 내를 치료해주는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그걸로 믿고 치아뿝니다. 아플 때는 탁~ 맡기고 마음 편~하게 치료받는 게 최고더라고요.”

저명한 혈액종양(암)내과 교수님 한 분은 위 환자분의 사례와 정반대의 인터뷰를 하신 바 있다. “암 치료받으러 와서 제일 예후가 안 좋은 직업군이 누군지 압니까? 의료인(의사나 간호사)들입니다.” 본인이 의학적 지식이 있으니 치료 계획대로 잘 따르지 않다가 예후가 더 나빠지더라는 말이었다. 아플 때일수록 의심은 거두고 더 많이 믿어야 한다. 일단 믿음으로써 의심과 걱정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를 아껴야 한다. 나아질 거라고 믿고, 잘 될 거라고 믿고, 건강해질 자신의 미래를 믿자. 믿음이 곧 치료의 시작이다.

김영호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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