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로서 분단 이후 실질적인 섬나라가 되었다. 이러한 특성을 지혜롭게 활용해 임해형 산업단지와 1960년대 울산항 진해항 묵호항 포항신항만 등 공업항, 1970년대 부산항 인천항 등 상업항을 중점적으로 개발했고 국내 산업단지와 세계 곳곳 시장을 연계해 압축성장을 이룩했다. 이것은 해양국가가 해양을 국가발전전략으로 승화시켰을 때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 사례다.

1962년부터 우리나라에서 추진한 국가 주도적 발전정책인 경제개발 5개년계획은 국가기간산업의 건설과 사회간접자본의 확충 및 산업구조의 근대화를 지향한 일종의 국가개조론이었다. 이것은 땅(육지)과 바다(해양)의 일체화, 항만과 해운의 긴밀화, 국내 생산지와 해외 소비지의 연계를 통한 국가의 자본축적과 민간기업의 성장으로 집약할 수 있는 국가발전전략이었다.

지구면적 71%에 이르는 해양은 공유지로서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인식된다. 해양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인류의 미래를 풍요롭게 할 가치와 기회를 담보한 자원임을 알 수 있다. 대체로 해양은 인류에 필요한 산소 75%를 공급해 주는 생명의 공간이자 인류 30%가 거주하는 생활의 공간이며 수산물, 해저광물과 석유 및 가스 등을 제공하는 자원의 보고다.

우리나라도 해양대국이다. 해양영토(44만4000㎢)는 육지면적의 4.5배로 다양한 자원과 에너지원을 보유하고 바닷가에 산업단지 78%가 위치해 국민경제를 견인한다. 3358개의 섬, 해양생물 다양성으로 1㎢당 16조 원 가치를 가져 농경지 100배·숲 10배 이상의 값어치가 있는 갯벌, 해양보호구역 562개소, 9569㎞의 자연해안선, 31개소의 무역항과 29개의 연안항 등 해양자원이 무궁무진하다.

이제 해양을 국가의 미래비전과 재도약 차원에서 대륙 지향적인 관점이 아닌 해양 지향적인 관점, 즉 해양을 육지와 등가(等價)로 인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에 대한 주요 국가의 국가행정조직의 개편 추세와 국가경영전략을 참고할 만하다. 주요 국가는 해양행정을 통합하고 확대 강화해 왔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해양을 기능 중심이 아니라 공간과 산업 및 새로운 영토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백악관 내 국가해양위원회(NOC)의 정책조정기능을 강화했고, 중국은 해양정책의 주무기관인 국가해양국(SOA)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일본은 2007년 해양기본법을 제정, 총리가 해양정책본부의 본부장으로 직접 해양전략을 통일적으로 지휘한다. 캐나다는 해양정책 주무부처인 수산해양부가 해양정책총괄을 담당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국가행정조직은 대륙 지향적인 철학에 기초했고, 국가행정조직을 개편할 때도 육지 중심의 조직개편 경향을 보여 왔다. 하지만 해양은 복합적인 정책변수가 관여하고 연관변수가 많아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행정이 필요한 영역이다. 해양행정을 해양 수산 해운물류 해사안전 항만 등 5대 분야로만 특정하더라도 분야별로 최소한 정치(국방 포함) 경제 사회 기술 환경 자원·에너지 등이 연관된다. 따라서 해양의 5대 산업분야별 법률 제도 세제 금융 R&D 등 인력을 육성해 새로운 일자리 및 국부를 만들어 내려면 해양행정조직의 통합과 특히 여러 부처의 의견을 강력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정책조정 기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해양행정의 강력한 통합과 확대를 추진한 것이 1996년 해양수산부 창설이었는데 이후 대륙 지향적인 철학과 정치적 변동으로 분산과 통합, 확대와 축소 또는 폐지라는 영욕의 역사를 가지게 되었다. 향후 해양의 가치와 주요 국가의 해양행정조직 개편 추세 및 해양행정의 복잡성과 중첩성 등을 반영해 범정부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칸막이를 넘나들 수 있는 강력한 조정 권한을 가진 국가해양전담조직을 설계해 볼 만하다. 앞으로 우리가 보유한 해양이 우리나라를 바다로 세계로 미래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무한한 자원과 에너지 및 기회를 제공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