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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판도라의 상자를 연 챗GPT

송진순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

  • 송진순 동아대 행정학과 교수
  •  |   입력 : 2023-04-12 19:29:44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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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기술은 끊임없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고 혁신하는데 도전하고 있다. 2022년 11월 초연결 초거대 AI 챗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등장함에 따라 AI 기술패권 경쟁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더불어 기술경쟁은 윤리와 수익성 사이에서 책임있는 AI에 대한 고민을 더 깊어지게 하고 있다.

챗GPT는 자연어 처리에 큰 문제점을 가졌던 이전 챗봇의 단점을 보완했다. 빅데이터를 이용함으로써 대화의 맥락을 이해하고 질문에 끊김없이 답변을 내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업무나 학업에 고단함을 느낀 사람들은 한 번쯤 생각했을 것이다. ‘누가 나 대신 발표자료 좀 만들어 줬으면, 논문 좀 대신 써줬으면…’. 인간의 고유 영역으로 생각됐던 창조 창의 영역이 챗GPT의 등장으로 생성 AI에 일임할 수 있게 됐다.

말 그대로 ‘자가학습’을 통해 사용자가 원하는 답변이나 서비스를, 경로이탈 없이 원하는 정보에 접근해 생성한다. 간단한 개념이나 용어부터 현 상황이 반영된 복잡하고 어려운 개념들까지, 요구하는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알려준다.

리포트 및 논문 작성은 물론 시·소설·작곡 등의 창작활동까지 척척 해낸다. 영화 시나리오도 쓸 수 있다. 나아가 전문가들의 기본적 업무 영역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 의학 보건 분야까지 챗GPT로 활용 가능한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있다. 챗GPT의 답변이 모두 사실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데이터화 된 정보들을 가장 기본적인 논리 형식으로, 가장 그럴듯한 내용으로 짜깁기한 것에 가깝다. 사실처럼 보이지만 자신감 있는 거짓말로 망상과 환각에 쉽게 빠지게 한다. 챗GPT가 가진 데이터 학습은 결국 입력도 생성도 인간이 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의도가 반영된다. 이렇듯 사용자의 편견과 부정확성을 강화한다는 한계를 지니지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하는 혁신임에는 틀림없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 노동력이 필요했던 많은 부분을 기계가 대신해 줌으로써 시간적 여유와 신체적 수고로움을 덜어준다. 챗GPT의 등장은 인간의 사고와 인지를 지배하고 AI에 대한 의존성을 키워 인간의 판단과 사고에 개입할 것이다. 이는 편향성과 고정관념, 편견에 대한 의식을 강화하게 한다.

그러한 이유로 미국의 일부 공립학교 및 학회, 연구소는 챗GPT 사용을 금지했다. 학문이 갖는 고유성을 심각하게 훼손해 사회적 기여와 역할을 망각하게 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뿐만 아니다. 악성 메일과 바이러스, 해커들의 개인정보 탈취 및 범죄 악용, 인력 대체 및 비용 절감이 부를 사회적 갈등, 잘못된 정보 유포 및 학습으로 인한 정치·사회 및 경제적 혼란과 위기 초래 등 다양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판도라(Pandora)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여성으로서 ‘판도라의 상자’는 인류의 불행과 희망의 시작을 동시에 상징한다. 상자 속 마지막 희망이란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잃지 않을 긍정적 의미의 기대감과 불행에 휩쓸려 이루어지지 않을 헛된 희망이란 양면적인 의미로 사용된다. 챗GPT는 기어이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고, 마지막 희망에 관한 숙제를 우리 사회에 던졌다. 그것은 엄청난 속도로 혁신하는 인공지능에 걸맞은 활용법 등 인간이 가져야 할 중대한 사명감에 관한 것이다. 우선 챗GPT가 우리 사회의 훌륭한 의사소통 도구로 활용돼 사회적 역할을 하도록하는 정확한 지침이 필요하다. 또한 정확한 정보전달이 이뤄지도록 끊임없는 감시감독도 필요하다.

지금 전 세계는 제대로 제어할 만한 사회적 합의나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비한 상황에서 챗GPT에 열광하고 있다. 인류에게 AI는 분명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다. 사회적 재생산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책임감 있는 AI로 거듭나 인간과 공존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잘 잡아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등을 확대하고 무분별한 사용에 대한 위험성도 알려야 한다. 개개인이 비판적인 사고와 주체적인 인식을 가지고 올바르게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 지자체 학교는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시민과의 소통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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