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운노조 간부 등 조합원들이 승진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이 승진 비리 등으로 노조원들을 무더기로 기소한 뒤 지난 18일 열린 첫 공판에서 노조 간부들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앞서 부산지검은 항운노조 일부 지부에서 조장과 반장 승진을 대가로 금품을 주고받은 정황을 포착해 지난 7월 노조 간부 3명을 체포하고 집행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를 벌인 뒤 노조원 20여 명을 배임수죄 등 혐의로 기소했다. 항운노조 한 지부의 전 지부장 등 조합원 6명은 배임수재 혐의로 이미 재판받고 있다.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도 많아 앞으로 기소 인원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취업 비리가 끊이지 않았던 항운노조는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조합원의 금품 수수는 반드시 바로잡겠다”며 자정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내부 비리는 되풀이됐다.
부산지법 형사5단독이 진행한 첫 공판에서 항운노조 전 지부장 A 씨 등 조합원 6명은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 A 씨는 2019년 5월 반장으로 승진하려면 3000만 원 정도 있어야 한다는 말을 전달해 B 씨에게서 3000만 원을 받는 등 두 차례에 걸쳐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다. A 씨는 조합원 채용과 관련해서도 금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회원이 되게 해달라는 청탁을 들어주고 같은 지부 반장인 C 씨와 청탁금 명목의 5000만 원을 나눠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항운노조는 2019년 검찰의 대규모 채용 비리 수사 이후 채용독점권을 내려놓고 공개채용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돈을 받고 ‘조합원으로 취업’ 시켜주는 채용 관련 비리는 표면상 사라지는 분위기였다. 반면 승진 비리는 여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항운노조 측은 이번 일을 조직적인 범행이 아니고 개인적 일탈이라고 했다. 항운노조는 기업 등 취업 후 조합원이 되는 통상적인 노조 가입 형태와 달리 먼저 조합원이 되어야 항만업체에 취업할 수 있다. 부산항운노조의 경우 24개 지부가 있는데, 지부장이 조합원 채용과 감독 권한을 가진다. 지부에서 조장이나 반장 등으로 승진할 때 지부장이 추천하고 집행부가 이를 승인하는 구조다. 이를 악용한 간부급 인사들의 승진 대가 금품수수 관행이 조직 내부에 똬리를 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부두노조가 1979년 항만노조로 이름을 바꾼 뒤 이듬해 운수노동자들이 설립한 운수노조까지 흡수해 확대 출범한 항운노조는 항만 내 물류에 대한 독점적인 위치에 있다. 전국 최대의 항만물류도시 부산에서는 안정적인 직장이다. 그동안 공채 대신 지인을 통한 취업이 대다수여서 수시로 취업 비리가 불거져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다. 조합원 조장 반장 지부장 조합장 순으로 이어지는 직위와 권한을 얻기 위한 내부 승진을 두고도 비리가 생겼다. 항운노조의 특수한 구조와 부실한 내부 시스템으로 인한 비리를 끊을 제도 보완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