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3일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대규모 장외 집회를 열었다. ‘의대 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다. 전국의 개업의뿐만 아니라 전공의와 의대생도 다수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공의 병원 이탈이 2주째로 접어들어 의료가 사실상 마비된 상태에서 의사들이 또 다른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의협은 “정부가 의사를 무시하고 탄압하려 든다면 강력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불법적으로 의료현장을 비우면 헌법과 법률이 부여한 의무를 망설임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정부는 의협 전현직 간부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일부는 출국을 금지했다. 또 복귀시한(2월 29일)을 넘긴 전공의들에게는 업무개시를 명령하고 불복하면 4일부터 행정·사법처리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옆 여의대로 인근에서 의대정원 증원 및 필수의료 패키지 저지를 위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강한 압박에도 전공의들의 병원 복귀율은 미미한 수준이다. 1만3000명 넘게 사표를 내고 이 가운데 90%가 실제로 병원을 떠났는데 복귀율은 10%도 안 된다. 정부가 수차례에 걸쳐 법과 원칙에 따른 대응을 천명했지만 전혀 약발이 안 먹히는 모양새다. 전국 의대에서는 휴학계가 빗발치고 수업을 거부하는 사태까지 빚어진다고 한다. 일부 의대는 집단 휴학 때문에 개강을 연기했다. 의대생부터 개업의까지 다시 한번 똘똘 뭉쳐 정부의 의료개혁에 극렬히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의사가 마주 달리는 기차처럼 일촉즉발이다.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건 국민이다. 대화나 타협 여지가 없는 대립에 환자와 가족 속은 타들어간다. 수술이나 진료를 못 받는 것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가 언제까지 계속될 지 끝이 안 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고 간호인력 활용 등 비상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의 불편이나 불안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그럴수록 의사 증원 필요성은 더 절실해진다. 의사들이 병원 밖에서 ‘의대 정원 졸속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일방적인 정책 추진 국민 건강 위협한다’ 같은 구호를 외쳐 봐야 이에 호응하고 공감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업 의사들은 못하겠다고 뛰쳐 나가는데, 미등록 의대생 한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률은 수백 대 1이다. 전국 대입학원은 의대 입학을 노리는 이공계생과 직장인으로 문전성시라고 한다. 이제 의사 부족은 어떤 논리로도 깨뜨릴 수 없는 당면한 현실이다. 전공의들이 정말로 의사 가운을 벗을 각오인지는 알 수 없다. 복귀 명분이 필요하다면 증원 규모 조정이나 필수의료 지원 패키지 보완책 등 현실적인 대안을 내놓고 정부와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수밖에 없다. 현재는 전공의, 의대 교수, 개업의 말이 서로 다르다. 대화 창구부터 일원화하고 요구사항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 정부도 대응 원칙을 지키되 의사들에게 일정 부분 퇴로를 열어줘야 협상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