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의 폭로전이 점입가경이다. 명 씨는 지난 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친분을 과시하더니, 최근엔 “6개월간 매일 스피커폰으로 통화했다”면서 김 여사와 주고 받은 카톡 내용을 공개했다. 여기엔 김 여사가 누군가를 ‘오빠’라 칭하며 ‘지가 뭘 안다고’라고 쓴 대목이 나온다. 명 씨는 “식스센스급 카톡이 2000장은 된다. 대통령과 주고 받은 ‘체리 따봉’도 있다”며 2, 3차 폭로를 예고했다. 다른 한편에선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과 2022년 윤석열 안철수 대선후보 단일화 직전, 명 씨가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의 데이터 조작 정황이 담긴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른바 ‘명태균 리스크’가 여권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핵심인물인 명태균 씨가 김 여사와 주고 받은 것이라며 최근 공개한 카카오톡 캡처본. 국제신문 DB

김 여사의 김영선 전 의원 공천 개입 의혹이 지난달 한 인터넷 매체에 보도될 때만 해도 명 씨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연루된 인사들의 주장과 반박, 관련자 폭로 등을 종합할 때 이것이 단순히 공천 탈락자와 정치 브로커의 과장이나 허언이 아닐 가능성이 점점 높아진다. 명 씨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당시 윤 대통령에게 수억 원짜리 여론조사를 공짜로 해줬다는 의혹, 대통령 부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여러 정치행위에 관여한 의혹 등이 잇따라서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57만 명 당원 명부가 통째로 명 씨에게 넘어간 의혹도 제기됐다.

2021년 명 씨를 대통령 부부에게 소개한 사람은 김 전 의원이라고 한다. 김 전 의원은 2022년 경남 창원·의창 보궐선거에서 실제 공천을 받았고 명 씨에게 수천만 원을 건넨 혐의로 현재 수사받고 있다. 만약 대통령 측이 명 씨로부터 공짜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받은 반대급부로 김 전 의원에게 공천장을 주고, 김 전 의원이 명 씨에게 지급한 돈이 그 대가라면 이는 명백한 불법이다. 검찰 수사가 김 전 의원과 명 씨에서 끝날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특정 정당의 당내 경선에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가 영향을 미쳤다면 이 또한 부정 경선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명 씨와 만남은 두 번 뿐”이라거나 “김 여사가 말한 오빠는 친오빠” 라는 실소를 자아낼 변명만 일삼는다.

개인적 이력이나 언행으로 볼 때 명 씨는 공직자가 진지하게 상대할 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대통령 부부는 물론이고 여당의 전직 당대표, 대선 후보를 지낸 다선 의원, 현직 시장과 도지사 등 거물급 정치인들이 대거 명 씨와 연결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대한민국 정치 수준을 보여주는 듯하다. 명 씨 의혹은 창원지검이, 대통령의 공짜 여론조사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맡고 있다. “내가 감옥 가면 한달 만에 정권이 무너진다”는 명 씨의 협박이 단순 허풍인지 아닌지는 곧 판가름날 것이다. 대통령 국정지지율은 바닥을 모르고 가라앉는 중이다. 이런 사람을 가까이 하고, 그런 부인을 통제하지 못하고, 국민을 부끄럽게 한 책임은 모두 윤 대통령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