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 18개월 아기가 친모의 방치로 숨지는 사건이 부산에서 또 발생했다. 부산경찰청은 최근 아동학대처벌법(영아유기치사) 위반 혐의로 20대 여성을 구속했다. 이 여성은 수도권에 있는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부산 해운대로 이사를 왔고, 전입신고는 본인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모가 고의로 아기를 해쳤는지 여부는 추가 수사가 필요하지만 비슷한 개월수의 또래에 비해 저체중인 점 등으로 미뤄 방임 정황은 뚜렷하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지난해 정부가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할 당시 부산에서도 친부모에 의한 신생아 사망 유기 사건이 발생, 경찰이 기장군 죽성리 한 야산에서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정부는 지난해 6월 경기도 수원에서 자기가 낳은 신생아를 2명이나 살해한 일명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 이후 대대적으로 전수 실태조사를 벌였다. 조사 대상은 병원에서 임시신생아번호를 부여받았으나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일명 ‘유령 아기’다. 당시 정부와 지자체가 합동으로 3차에 걸쳐 2010~2023년생 1만2000여 명을 조사했고 이중 800여 명이 이미 숨진 사실을 확인, 범죄 연루 혐의가 있는 일부 사례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번에 부산에서 발견된 아기는 2023년생으로 전수조사가 빠짐 없이 이뤄졌다면 미신고 명단에 올라 일찌감치 세상에 드러났어야 한다. 그런데도 그동안 묻혀 있다 친모 지인의 신고로 적발됐다. 정부도, 의료기관 소재 수도권 지자체도, 부산도 놓친 것이다.

‘수원 냉장고 사건’ 이후 ‘유령 아기’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조치가 나오기는 했다. 대표적인 게 출생통보제와 보호출산제다. 과거엔 친부모가 아기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변고가 생겨도 확인할 방법이 없었지만 지난 7월부터는 달라졌다. 출생통보제 덕분에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는 의료기관이 각 지자체에 출산 사실을 자동 통보하게 된 것이다. 출산 사실 공개를 꺼리는 부모를 위해 익명이 보장되도록 보호출산제도 함께 시행 중이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 유령 아동 발생이 완벽하게 봉쇄되는 건 아니다. 의료기관이 아닌 집이나 기타 장소 출산은 여전히 사각지대이다. 보건당국은 병원 밖 출산 비율이 전체의 1%, 연간 100~200건은 된다고 본다. 병원에서 임시신생아번호까지 받았는데도 아기가 소재 파악에서 누락되는데 병원 밖 출산은 사실상 추적이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원하지 않는 생명이라고 해서, 여러 여건상 키울 수 없다는 이유로 아기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생명까지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진 이가 아직도 있을 수 있다. 결코 용서받지 못할 명백한 범죄다. 정부가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에 해당하는 나이인 2010년생 이후 출생아를 모두 조사했다고는 하지만 미덥지 않다. 더 면밀하게 추적해 정말로 빈틈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경제적으로 한계 상황이거나 기타 사유로 아기 양육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혹은 예비부모에 대한 교육과 지원도 필요하다. 저출생 시대 여부를 떠나 생명을 갖고 태어난 아기의 생존권이 지고의 가치를 갖는 건 더 말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