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인이 사직동에서 10여 명의 직원을 둔 제법 규모 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인수했다. 그는 업무 효율성을 높일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면 승산 있다고 봤다. 유통 대기업 총괄 책임자 출신답게 구매부터 회계 관리 등 남다른 경영 기법으로 호기롭게 사업을 펼치니 안정이 되는 듯 했다.

창업한 지 2년이 지날 무렵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다양한 디저트 상품을 출시해 배달 사업에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며 디지털 경제의 시스템을 준비하고자 했다. 과거 유통업에 종사하며 쌓은 인맥으로 색다른 마케팅 기법 및 합리적인 프로그램 개발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막상 배달앱 사업을 진행하니 적자 규모가 더욱 커졌다. 결국, 눈덩이 적자에 고비용으로 사업성이 없다고 결정 내린 뒤 점포를 정리하고 고향으로 떠났다.

부산 지역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취업 비중이 18.6%로 역대 최저치다. 부산 자영업자 수도 31만 5000명으로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8월 기준). 부산 자영업자의 1인당 대출 잔액은 3억 8000만 원(올해 2분기 기준)이고 최근 2년 사이 대출잔액 증가율은 7.5%로, 둘 다 전국 두 번째로 심각하다.

광복동 패션 거리, 서면 골목, 부산대 상권 등 부산의 대표적 상권 곳곳에 ‘임대 점포’ 문구가 붙은 점포가 수두룩하다. 부산대 번화가 상권은 아예 통째로 전멸한 듯하다. 옷 가게며 액세서리 가게 등 예전에 번성했던 그 골목의 모습은 없어졌고, 한 집 건너 세 집이 임대 점포다. 그나마 문을 연 가게도 당장 문 닫을 분위기다. 골목상권은 대형 자본의 온오프라인 진출로 인해 거의 붕괴 직전이다. 경쟁력이 떨어진 지역의 가게들은 구석진 곳으로 밀렸고 아예 자취를 감춘 그 자리엔 기업형 편의점이나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 등이 생겼으니 지역경제 활성화와는 딴판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의 구매패턴 변화로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다. 음식 1만 원을 앱으로 팔 때 발생하는 비용을 보자. 먼저, 소비자가 배민이나 쿠팡이츠 등 플랫폼사에 구독료를 내며 무료 배달하는 경우다. 건당 배달비가 2900원에 카드수수료 3%, 플랫폼 수수료 9.8%로 4180원이니 비용은 41%가 넘는다.

이번엔 소비자가 플랫폼사에 구독료를 내지 않고 배달비를 주는 경우다. 배달비가 4000원이라고 할 때 통상 가게가 손님에게 배달비 3000원을 책정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자영업자는 나머지 1000원에 중간수수료와 정산수수료 1000원 정도를 추가로 보태면 2000원 정도를 부담한다. 물론 날씨나 거리 등 상황에 따라 배달비는 늘어난다. 결국, 자영업자가 낸 플랫폼 비용은 판매 금액의 최소 20%에서 많게는 50% 정도다.

더욱이 플랫폼사가 소비자를 모으기 위해 많은 쿠폰을 뿌리고 배달비를 줄이고자 한 구독제 실시로 배달비 대부분을 자영업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배달 플랫폼들은 자영업자들에게 배달비를 전가하고 수수료를 높이며 광고비 등을 요구하니 자영업자들의 고통은 더 가중된다. 배달비가 부담스러워 이중 가격이나 최소 주문 금액을 높게 책정한다거나 소비자들에게 배달비까지 내라면 주문은 아예 ‘꽝’이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음식을 앱에서 팔아도 남는 것이 없다.

안톤 체호프는 희곡 ‘갈매기’에서 노동과 경제적 자본 사이의 모순에 첨예화되는 부조리한 일상을 예술적 관점으로 통찰했다. 작품에서 남자주인공 트레플레프는 갈매기처럼 비상을 꿈꾸는 연인 니나에게 자신이 쏴 죽인 갈매기를 보여 주며 이상을 꺾게 한다. 이후 주인공은 열등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부조리함은 상생해야 할 플랫폼 기업과 자영업자들의 현재 모습을 통찰한 결과로 보여 씁쓸하다.

안톤 체호프는 인간은 가질 수 없는 것과 가지고 싶은 것을 열망하면서 평생을 살아간다고 했다. 그의 통찰처럼 자영업자들이 일할수록 소득은 계속 엉뚱한 곳으로 빨려 나가 부채만 늘어나는 부조리한 세상이 되도록 내버려두면 안 된다. 정부나 국회가 하루빨리 벼랑 끝에 내몰린 자영업자를 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제대로 된 플랫폼 공정화법을 제정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