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으로 인한 자연재해 영향으로 부산 울산 경남의 경제적 손실이 지난 11년간 총 2조 원에 달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재해 발생 빈도·심도가 높아지면서 경제적 손실 규모가 커지고 있어 국가적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 환경·기후변화 관련 연구기관 ‘기후솔루션’과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실이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2013∼2023년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으로 국내에서 발생한 경제적 피해는 15조9177억 원에 달했다. 사망자와 실종자를 더한 인명피해는 341명이었다. 기상이변에 따른 피해·손실과 복구 비용을 더해 경제적 피해 총액을 산출한 첫 시도라 의미가 있다.

부산진구 시민공원 남문에 설치된 기후위기시계. 국제신문DB

경제적 피해 유형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연재해가 호우(9조9293억 원)였다. 올해 장마철에는 전국 평균 472㎜의 비가 내렸는데 이는 평년 강수량 평균(356.7㎜)보다 30% 이상 많은 것이다. 부산·경남을 비롯한 남부 일대는 장마철이 아닌 지난 9월에 물 폭탄을 맞았다. 산사태 등 우려로 주민 1500여 명이 대피했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김해 대성동고분군 일부가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대기와 해류의 흐름이 바뀌면서 폭염과 폭우가 교차해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지고 이상 호우 현상은 더 빈번해질 전망이다. 해가 갈수록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연도별 산업화 대비 평균 지구 온도가 상승할수록 우리나라의 기후 재난 규모도 확대되는 경향이 나타났다. 2022년 경제적 피해는 2013년의 약 5.3배에 달했다.

기후재난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비수도권에 더 치명적이라는 점도 우려스럽다. 인구 공장 기업 등이 집중된 수도권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많이 이뤄지나 정작 비수도권 지역이 더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조사 기간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지역은 경북으로 3조8925억 원에 달했다. 부산(6808억 원)은 9번째로 서울(2266억 원·11위)과 인천(347억 원·16위)을 크게 앞질렀다. 이는 부산이 수도권에 비해 산사태 위험지역이 훨씬 많고 도심 하천의 범람 가능성이 높아 자연재해 피해를 더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위기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우리 삶을 뒤흔드는 사회·경제적 재난이 되고 있다. 유엔(UN)은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2010년 대비 10.6%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지속 가능한 사회로 갈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기후재난에 일시적 땜질 처방이 아니라 재난 대비 인프라 투자를 늘려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하겠다. 또 친환경과 산업 경쟁력을 동시에 만족시키려면 탄소중립 정책을 미뤄선 안 된다. 유럽연합 미국 등 글로벌 교역환경이 탄소중립 기준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기후재난을 막는 것은 물론 미래 경제 발전을 위해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부산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 등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