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내각 인선이 1기보다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 충성심을 최우선 기준으로 내세우다 보니 관련 경험이 부족한 인물들이 정부 요직에 등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방장관에 44세의 육군 소령 출신 폭스뉴스 앵커 피트 헤그세스가 지명됐다. 그는 코로나19 변이인 ‘오미크론’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만들었다고 주장한 데다 성비위 의혹을 받고 있다. 법무장관으로 지명된 맷 게이츠 하원의원은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을 받고 있다. 20년 전부터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을 한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는 보건부 장관으로 임명됐다.

그나마 트럼프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정부효율부(DOGE) 공동 수장으로 지명한 것은 좋은 평가를 받는다. 정부효율부는 트럼프 2기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부처다. 기존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줄여 연방 기관들을 구조조정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하는 일중독자다. 그는 2018년 X(엑스·옛 트위터)에 “일하기 편한 곳은 많지만, 주 40시간으로 세상을 바꾼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2022년 X를 인수한 뒤 직원들에게 ‘24시간 연중무휴 근무’를 요구했다. 그가 경영하는 기업에선 워라밸을 꿈꾸기 어렵다.

그가 최근 X에 “우리는 비용 절감 업무를 위해 매주 80시간 이상 일할 용의가 있는 초고지능의 작은 정부 혁명가들이 필요하다”는 정부효율부 구인 공고를 올렸다. “보상은 없다”고 했다. 이 같은 파격적인 구인 공고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몰릴까. 머스크는 연방 공무원의 75%를 해고해도 정부가 큰 문제없이 운영될 거라며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축하는 방안도 생각 중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의 유세 현장에서 정부지출에서 낭비를 줄여 2조 달러를 감축하겠다고 공언했다.

머스크는 X를 인수한 후 6개월 만에 직원의 80%를 해고한 경험을 바탕으로 정부 개혁을 과감하게 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하지만 X 구조조정은 사용자가 감소하고 수익이 줄어들면서 경영 실패 사례로 꼽힌다. X의 기업가치는 인수 당시 440억 달러에서 지난 8월 말 94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그는 일단 일을 저지르고 고쳐나가는 스타일이다. 여러 차례 사고와 정부의 경고에도 완전 자율주행차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치인이자 행정가로 변신한 머스크의 불도저식 기업 경영 방식이 정부 개혁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