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안의 증액과 감액을 심사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가 지난 18일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11일간 세부 심의를 거쳐 오는 29일 예결특위 전체회의에서 의결하면 국회 본회의에 회부돼 여야가 막판 협상을 벌이게 된다. 정부는 지난 9월 677조 원 규모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여야는 벌써부터 극한 대치를 예고했다. 여당은 지역화폐 등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공약에 관련된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야당은 김건희 여사 예산이라 규정한 마음건강지원사업 등을 줄이겠다고 맞받는다. 이 혼란한 틈에서 부산 예산을 온전히 지키려면 주요 상임위와 예결특위에서 활동하는 부산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난 18일 오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서 677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세부 심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시가 내년도 예산으로 편성한 총 16조6921억 원 중 국비는 6조5868억 원이다. 국비만 따지면 올해보다 10.2% 늘어났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부족에 따라 국가 전체 예산 증가율이 3.2%로 직전 정부 5년 평균(8.6%)의 절반도 안 되고, 각 지방에 내려 보내는 교부세 역시 대폭 축소한 상황임을 감안하면 선방이다. 그만큼 주요 사업에 대해 정부를 설득하는데 비교적 성공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통상 국회 예산 심사가 시작되면 정부안보다 증액시키는 게 목표이지만 올해는 이미 확보한 예산을 유지하는데 부산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마냥 안심할 수 없는 분위기다. 수년째 지연되던 부산공동어시장 현대화 사업에 360억 원이 반영되기는 했다. 그러나 최근 뜻하지 않게 시공사 선정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내년 3월 착공이 불투명해졌다. 예산 불용 가능성이 제기되면 기왕에 따낸 예산을 지키지 못할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건설엔 1조 원 가까운 사업비가 편성됐지만 정부의 대규모 부산표 SOC 사업을 달갑지 않게 여기는 야당 의원들이 많다. 상임위나 예결특위 문턱을 넘었더라도 사업자 선정이나 보상 작업이 느리게 진행되면 언제든 삭감 요구가 빗발칠 개연성이 있다. 정부의 중앙투자심사를 통과 못한 ‘북항 글로벌 창업 허브 조성 사업’이나 몇년째 진척이 없는 ‘취수원 다변화 사업’도 감액이나 삭감 주장을 방어할 논리가 필요하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은 다음달 2일이지만 과거 전례를 보나, 올해 국회 대치 상태를 보나 심사 지연은 기정사실처럼 굳어져 간다. 여야가 서로 ‘이재명표’ ‘김건희표’라 규정하며 벌이는 예산 전쟁의 불똥이 어떤 방식으로 튈 지 모른다. 표면적인 대립과 달리 물밑에서는 쪽지예산 같은 모종의 거래가 오갈 수도 있다. 부산시나 지역 국회의원이 긴장을 늦춰선 안되는 이유다. 정부 재정운용 방침은 지난 2년 반동안 이어온 건전재정과 달리 양극화 해소를 위해 가용 범위 안에서 최대한 확장 정책을 펴겠다는 방향으로 최근 기조가 바뀌었다. 부산으로선 나쁘지 않은 신호다. 필수 예산을 반드시 지켜 경기 반등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