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시공능력 부산 7위인 신태양건설이 지난 14일 당좌거래 정지로 부도가 났다. 이날 5억3000만 원의 채무를 갚지 못했다. 이 건설사는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자 지난 13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한다. 경기도 의정부시에 추진 중인 생활형숙박시설(250여 실)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금 유동성이 떨어진 게 큰 영향을 끼쳤다. 전국 20곳에서 사업이 진행 중이어서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부산에서는 올해 신태양건설을 포함해 총 6개 건설업체가 부도를 냈다. 지난 5월 남흥건설과 익수종합건설이 부도 처리됐다. 종합건설업체 4곳, 전문건설업체 2곳이다. 지난해 부도를 낸 업체가 3개인 점을 고려하면 올해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이런 분위기가 지속되면 경기가 좋지 않았던 2018년(7개사 부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부산의 중견 건설사인 신태양건설이 경남 양산시 상북면 일대에 공급한 1368가구 두산위브더제니스 전경. 신태양건설 제공

최근 부산 부동산시장은 버티는 것이 신기할 정도로 악화일로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시공사 선정이 계속 유찰되는 것을 보면 단적으로 알 수 있다. 두 번째로 큰 재건축 사업장인 연산5구역(망미주공)의 2차 시공사 입찰에서 한 곳도 응찰하지 않았다. 대부분 사업장이 잇따라 유찰되거나 겨우 3차에서 시공사를 선정할 정도다. 주택매매시장도 거래가 끊겨 몇 년째 이사를 하지 못하는 가구가 부지기수다. 매매가를 확 낮춰야 겨우 거래가 성사된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부산 주택매매거래량은 3개월 연속 급락세다.

부산 건설업계와 부동산시장에 찬바람이 부는 것은 고금리와 대출 옥죄기, 원자재값 상승 등이 겹쳤기 때문이다. 업계는 정부의 과도한 규제를 원인으로 꼽았다. 금융기관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을 까다롭게 처리하고 있다. 감독당국의 건전성 제고 방향에 역행할까봐 웬만하면 대출을 실행하지 않는다고 한다. 주택은 은행에서 돈 빌려 사는 게 예사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을 강화하면 매매 수요가 줄 수밖에 없다. 너무 많이 풀어도, 그렇다고 강하게 조여도 안 되는 것이 부동산 정책이다.

현재 수도권과 지역의 부동산시장은 극명하게 대비되는 양상이다. 수도권은 집값이 뛰고, 지역은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침체돼 있다. 이런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은 부동산시장에서 자주 나타난다. 그래서 수도권과 지역에 맞는 맞춤형 정책을 펴는 게 필요하다. 과열된 수도권은 억제를, 침체된 지역은 활기를 불어넣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당국은 정책 범위를 전국권으로 해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겠다. 이럴 때 쓰는 게 핀셋 아닌가. 지역마다 다르게 움직이는 부동산시장에 적절한 정책 수단이다. 부산시도 팔짱만 끼고 있을 일이 아니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을 국토교통부에 제대로 알리고, 긴급자금 수혈이나 보증기관과 연계한 지원 등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