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직야구장이 지붕을 덮는 ‘돔’ 형태가 아닌 개방형 복합 스포츠 문화공간으로 새 단장된다. 사직야구장은 1982년 출범한 한국 프로야구 원년구단 롯데자이언츠의 홈구장이다. 1985년 준공된 이 구장은 시설이 낡아 선수 및 시민 불편이 많다. 시설 유지보수 비용 증가로 경제적 부담도 커졌다. 2017년 부산시가 관련 용역을 하면서 재건축 논의를 시작했으나 이제서야 구장 형태와 시설 활용 방향을 확정한 셈이다.

사직야구장 일대 전경. 김동하기자

부산시는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자이언츠와 협의 진행 결과 등을 바탕으로 사직야구장을 좌석수 2만1000석 규모로 현재 위치에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내년 설계공모를 시작하고 2028~2030년 재건축 공사를 진행한다. 부산의 열정적인 응원문화를 생생히 체감하도록 개방형 구장으로 정했다. 아파트가 밀집된 주변 환경을 고려해 야구장 내 소리나 조명 레벨을 낮추는 다운필드 방식으로 소음과 빛 공해를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체 면적은 3만6406㎡에서 6만1900㎡(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대폭 늘어나 전국 야구장 중 최대 규모다. 또 스타트업 스튜디오, 키즈카페, 어린이·청소년 스포츠 복합체험 공간, 스포츠제품 팝업스토어 등을 넣어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시기에도 쉬지 않는 구장으로 만들 계획이라니 기대가 크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사직야구장 대체 구장은 아시아드주경기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가장 큰 문제인 재건축 공사비용은 3262억 원으로 책정했다. 국비로 300억 원을 확보하고 나머지 건축비는 부산시(2146억 원)와 롯데(817억 원)가 부담하기로 했다.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동안 재건축 예상 비용은 급상승했다. 시가 지난해 3월 사직야구장 재건축 용역 최종 보고서 때 밝힌 건축비는 2344억 원이다. 1년 새 1000억 원 가까이 급등했다. 시는 재건축 관련 재원 확보 방안을 면밀히 수립해야 하겠다. 우선 부산 정치권과 힘을 모아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과 관련한 ‘노후 체육시설 개보수 국비 지원 사업’의 국비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직야구장 재건축 필요성이 제기된 지 오래됐으나 부산시장이 교체될 때마다 구장 형태나 위치를 놓고 이견이 나왔다. 허남식 전 시장이 2010년 돔구장 건립을 제안한 이후 야구장 형태를 놓고 논란이 됐다. 오거돈 전 시장이 북항에 개방형 구장을 만들자고 하면서 위치를 놓고 시간이 흘렀다. 시가 지난해 3월 재건축 방안을 발표한 뒤에도 대체구장과 재원 분담을 놓고 1년 넘게 롯데와 줄다리기하며 시간을 보냈다. 결국 당시 계획했던 2028년 9월보다 2년 늦은 2031년 개장을 목표로 내세워 야구팬의 불만이 크다. 이제 확실한 길을 결정한 만큼 부산시는 흔들림 없이 사직야구장 재건축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재건축될 사직야구장은 최신 시설을 갖출 뿐만 아니라 부산 야구의 위상을 높이고 시민 자긍심을 키울 새로운 문화공간이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