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환경 보전에 중대한 역할을 할 국제회의가 부산에서 열린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가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벡스코에서 개최된다. 정부간협상위원회는 유엔 산하 환경 부문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유엔환경총회(UNEP)의 결의(2022년)에 따라 플라스틱 오염 방지에 관한 협약을 마련하고자 조직된 정부 간 협상기구다. UNEP는 올해 말까지 협약을 마련할 것을 의결했다. 부산회의가 마지막 기회가 되는 셈이다. 그간 4차 회의에서는 플라스틱 생산국과 소비국 사이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협약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이번 회의에는 170여 개국 정부대표단 4000여 명이 참석한다. 만장일치가 이뤄져야 강제성 있는 협약이 돼 그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렵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2019년 전 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은 4억6000만ｔ이고 2060년 13억3000만ｔ이 될 것이다. 플라스틱의 99%는 화석연료로 만든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온실가스가 나온다. 사용한 플라스틱은 대부분 매립하거나 쓰레기로 방치된다. 9% 정도만 재활용되는 게 현실이다. 자연 분해에 500년가량 걸린다고 한다. 쓰레기가 된 플라스틱은 5㎜ 이하로 잘게 부서져 흙 공기 물 등에 남고, 생물이 이를 섭취해 먹이사슬을 타고 인간에게 축적된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흡수되면 염증 반응, 장기 손상, 소화 장애, 혈액 속 축적 등의 부작용을 일으킨다. 플라스틱에 포함된 프탈레이트와 비스페놀A 등은 대표적인 환경호르몬이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1인당 소비량으로 볼 때 세계 1위 소비국이면서 세계 4위 생산국이다. 생산 감축을 주장하는 ‘국제 플라스틱 협약 우호국 연합(HAC)’에 속한다. 여기에는 유럽연합과 일본 등 67개국이 참여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감축이라는 대의에는 동의했지만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환경부는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놓고 시행과 폐지를 반복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마지막날 플라스틱 감축을 강조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는 공동선언문에 ‘플라스틱 오염을 종식하고 부산회의에서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성안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을 담은 성과를 올렸다. 환경단체는 회의 개막에 앞서 오는 23일 벡스코에서 ‘플라스틱 행진’ 행사를 열어 위원회가 협약을 체결하도록 국민적 힘을 모은다.

부산시는 이번 회의를 글로벌허브도시 이미지 구축의 기회로 삼아야 하겠다. 일회성 행사만 열 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 플라스틱 줄이기를 선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계기로 부산을 ‘플라스틱 제로 도시’로 선언할 의향은 없는가. 기회가 있을 때 글로벌 이슈의 중심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 아울러 플라스틱 재활용 산업을 육성하는 방안도 강구하길 바란다. 감축과 재활용의 두 바퀴로 가야 실현 가능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