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기술은 인류의 삶을 풍요롭게 해왔으며, 특히 16세기와 17세기 과학 혁명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의 발전과 복지 증대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과학은 수학적 지식을 통해 더욱 체계화되고 발전해왔다. 과학이 발전할수록 이를 표현하는 수학적 방정식도 더욱 복잡해지는데, 현대의 빠른 연산 속도와 정보 처리 능력을 갖춘 컴퓨터의 등장과 발전으로 과학의 발전도 더욱 가속화됐다.
기상학 분야의 발전에도 과학의 언어인 수학과 그 계산 도구인 컴퓨터가 크게 이바지했다. 과거에는 기상 관측 자료를 지도에 기록해 날씨를 표현하는 일기도를 생산했고, 예보관의 경험에 기반을 두어 주관적으로 미래의 날씨를 예측했다. 20세기에는 기상현상을 수학적 방정식으로 표현하고 법칙화해 현상을 객관적으로 예측하려는 수치예보가 태동했다. 그러나 수치예보에 의한 날씨 예측은 계산량이 매우 방대해 결과를 도출하는 데에 한계가 있었지만, 1950년대에 이르러 최초의 디지털 컴퓨터인 에니악(ENIAC)을 이용해 24시간 날씨 예보를 계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전체 지구를 수평과 수직 방향으로 나눈 격자점에서 기상현상의 변화량을 계산하는 날씨 예측 소프트웨어인 수치예보모델이 개발되었고, 방대한 계산을 수행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와 같은 고성능 컴퓨터의 등장으로 기상 분야는 눈부신 발전을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자체 수치예보모델 보유 국가들은 관련 기술을 향상시키고, 수치예보모델에 입력되는 관측 자료의 종류와 양을 늘려 초기자료의 품질을 높이려는 노력과 함께, 해상도를 높이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이는 마치 카메라의 해상도를 높여 더 선명한 사진을 얻는 것과 유사하며, 수치예보모델의 예측 단위인 격자 간격을 더욱 촘촘하게 설정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모델의 해상도가 높아지면, 특히 좁은 지역에 국지적으로 급격히 발달하는 위험기상 현상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러나 모델 성능이 향상될수록 계산량도 늘어, 고해상도 모델의 데이터 처리와 계산을 위해서는 슈퍼컴퓨터 성능 향상이 필수적이다.
기상청은 수치예보모델의 계산 수행을 위해 슈퍼컴퓨터의 성능을 꾸준히 향상시켜 왔다. 기상청은 2000년 슈퍼컴퓨터 1호기를 도입하면서 객관적 기상예보 체계구축을 시작으로, 2010년 도입된 슈퍼컴퓨터 3호기에서는 영국기상청 모델을 운영했다. 12㎞ 해상도를 가진 한국형수치예보모델(KIM)은 2020년부터 현재 슈퍼컴퓨터 5호기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속도는 20년 전에 운영되었던 1호기에 비하면 약 25만 배로 그 성능이 크게 향상되었다. 기상청은 현재 슈퍼컴퓨터 6호기의 도입을 준비 중에 있으며, 6호기가 도입될 예정인 2027년에는 뛰어난 성능을 가진 진일보한 수치예보모델을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상청은 앞으로도 기상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기상 기술 개발과 더불어 최신 기반 기술의 도입을 시의적절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