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위헌·불법적 계엄으로 탄핵과 사법처리 위기에 처했는데도 국민의힘에서 좀처럼 자성론을 찾아보기 어렵다. 탄핵 반대파인 친윤석열계와 중진들은 ‘탄핵 찬성파’ 한동훈 전 대표를 사실상 축출하고 도로 친윤당으로 만들었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 등이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계엄과 탄핵에 대한 국민 입장은 명확하다. 지난 13일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비상계엄 사태가 내란이라는 응답은 71%, 대통령 탄핵 찬성률은 75%에 달했다. 18일 조원씨앤아이의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즉시 체포’ 의견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71.5%가 찬성했다.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불법적이어서 탄핵당해야 마땅하다는 국민이 많다. 그런데도 친윤계 의원 중심으로 재편된 국민의힘에서는 탄핵소추에 찬성한 의원을 색출해 응징해야 한다는 기류가 만연하다. 탄핵소추안 표결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보이는 친한(친한동훈)계 의원을 겨냥해 부역자, 이기주의자 등으로 비난했다. 나아가 친한계를 밀어내고 중진과 대구·경북(TK)의원, 법조인 출신의원 등이 뭉치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4월 총선 때 국민의힘은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서 122석 중 19석을 얻은 반면, 강원과 영남권(대구·부산·울산·경남·경북)에선 73석 중 65석을 얻었다. 여당 지역구 의원 90명 중 강원·영남 의원 비율이 72.2%다. 친윤계 의원들이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 여론을 등에 업고 탄핵 반대를 주장한 것이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을 ‘영남 자민련’으로 축소해버리고 우리가 권력을 잃는 한이 있어도 다음에 뭉쳐 지역에서 의원 배지는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것 아니냐”고 분석한 이유다. 국민의힘이 극우정당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탄핵에 찬성했던 김상욱 의원은 “정통 보수당으로 보수의 가치를 중심으로 재건되고, 극우라는 암 덩어리를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탄핵 민심을 수렴하면서 쇄신하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이에 역행할 경우 ‘계엄 옹호당’으로 비칠 수 있다. 권성동 당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는 현재 공석인 국회 추천 헌법재판관 후보자 3명의 임명을 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탄핵 재판을 최대한 지연하려는 계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말로는 여당이라고 하면서 경제와 안보 위기를 타개하고 국민의 일상을 회복하려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내부 결속을 다지며 당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을 놓고도 논란이다. 탄핵 정국 혼란 수습을 위해 경험 있는 권영세, 나경원 등 원내 중진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탄핵을 반대하는 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게되면 민심과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이 맞닥뜨린 위기는 그동안 여러차례 제기된 쇄신 요구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데서 찾아야 한다. 이제라도 뼈를 깎는 성찰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하는 보수 정당으로 거듭나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