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의 법률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기원전 106~43)는 ‘로스키우스 변호 연설’에서 ‘누구에게 이익인가’(Cui bono)라는 유명한 법언을 남겼다. 소추된 사람이 유죄인지 아닌지 심증을 얻으려 할 때 어떤 행위가 ‘누구에게 이익인지’를 판단한다면 심증 형성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키케로는 이 연설문에서 “진실되고 지혜로운 재판관인 루키우스 카시우스는 소송에서 항상 ‘누구에게 이익인가’라고 되묻곤 했다. 인간은 이익을 기대하지 않고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김남우, 라틴어 학습서 Fabula Docet, 아카넷, 2024 참조).

키케로 시대에서 2000년이 훌쩍 흐른 지금 대한민국도 이 법언을 곱씹어야 할 상황이 됐다.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재판(탄핵소추 심판)과 수사를 받게 될 상황이다. 게다가 유력 대선 주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여러 개의 형사소송 피고인이다. 이 두 사람에게는 각 소송의 유무죄 여부 뿐만 아니라 각각의 재판 진행 속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윤 대통령 탄핵이라는 변수가 생겼고 그 속도에 따라 대권이라는 ‘이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최대한 헌법재판을 지연시키려는 듯하다. 여권은 윤 대통령 헌법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이 대표의 선거법 2심, 3심 선고가 나올 것이고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가 인용되더라도 60일 뒤에 치러질 대선에서 해볼만 한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 헌법재판이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러나 재판 속도는 재판부가 임의로 정하는 게 아니다. 법률은 그 속도를 명확하게 규정한다. 탄핵 심판 기한은 6개월 이내다. 선거 관련 재판 1심은 6개월, 2·3심은 각각 3개월 내에 선고하도록 했다. 이제는 이 규정들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야 할 시점이다. 현 상황에서는 이 대표 재판부든, 헌법재판소든 어느 한 쪽만 소송을 빨리 진행한다면 그 자체로 다른 한 쪽에게 정치적 이익을 주고 국가 운명도 바꿀 수 있다.

양쪽 재판부 모두 규정대로 재판 시한을 지킴으로써 속도 때문에 다른 한 쪽이 큰 정치적 이익을 얻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정 재판의 진행 속도 때문에 특정 정치 세력이 큰 이익을 얻는다면 그 재판부는 특정 정파에 복무하는 결과를 낳는다. 법봉을 든 사람은 항상 ‘진실되고 지혜로운 재판관’ 루키우스 카시우스처럼 ‘누구에게 이익인가’를 성찰해야 할 것이다.

정옥재 서울경제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