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은혁·정계선·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 3인 임명동의안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26일 국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본회의 직전 “여야가 합의해 안을 제출할 때까지 헌법재판관 임명을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이날 한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대통령에 이어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탄핵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현실화하게 됐다.

정명호 국회 의사국장이 26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관련해 보고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탄핵안이 27일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한 권한대행은 국무총리로서뿐만 아니라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의 직무가 정지되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권한대행직을 맡게 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할 헌법재판소를 조기에 ‘9인 완전체’로 만들겠다는 야당의 전략이지만 여당이 한 권한대행 탄핵은 물론 헌법재판관 추천, 임명 자체를 인정할 수없다고 반발해 향후 극심한 진통이 불가피해졌다. 민주당은 한 권한대행 담화를 두고 “권한대행이 아니라 내란대행임을 인정한 담화”였다며 초강경 대응책을 내놓은 것이다. 한 권한대행 탄핵소추 사유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 및 채해병 특검법 거부 등 5가지다. 국민의힘은 이에 맞서 “국가경제와 외교를 파괴하는 집단”이라며 민주당을 공격하며 졸속탄핵, 보복탄핵을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탄핵사태를 조속히 수습하고 국정 안정을 찾으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신속히 진행돼야 한다. 공정성과 신뢰성을 위해선 탄핵심판 재판부는 6인이 아닌 9인 체제가 바람직하다. 한 권한대행이 여야 타협을 빌미로 재판관 임명을 미루면서 탄핵심판을 지연시킨다는 의심을 받게 됐다. 이날 ‘12·3 비상계엄’ 사태 핵심 피의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측이 윤 대통령에 앞서 한 권한대행에 계엄 계획을 사전보고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김 전 장관 변호인 측은 “계엄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야 한다”며 “그날 국무회의 전에 국무총리에게 보고하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는 절차를 밟았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탄핵소추안 내용처럼 한 권한대행은 내란 핵심 세력이 되는 셈이다. 한 권한대행은 김 전 장관 측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 권한대행의 탄핵 가결 요건은 또다른 논란거리다. 야당은 다른 국무위원과 마찬가지로 ‘151석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재적의원 3분의 2이상)을 기준으로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탄핵안이 통과된다면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을 맡을 최 부총리가 물리적으로 1인 3역(대통령+총리+기재부장관)을 감당할 수 있는지 걱정스럽다. 여야정협의체가 출범하는 날 좌초하면서 대한민국은 또다시 시계제로 상태로 접어들었다. 불확실성 고조에 주가는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460원대에 진입했다. 민생경제는 최악 위기 상황이다. 여야가 해결책을 찾아도 시원찮은데 국정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