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조기업이 예상하는 새해 1분기 경기 전망은 부정적 기류가 우세하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조사한 251개 제조기업의 내년 1분기(1~3월) 제조업 경기전망지수(BSI)는 66으로 집계됐다. 이는 코로나19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던 2020년 4분기(10~12월) BSI(53)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BSI는 2023년 3분기(7~9월) 95를 기록한 이후 7분기 연속 100을 밑돌고 있다. BSI는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은 경기 호전, 미만은 경기 악화를 뜻한다. 부산 제조업 체감경기에 여전히 한파가 몰아치고 있어 걱정스럽다.

원/달러 환율 1,470원대 중반에서 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30일 서울 명동 환전소 현황판에 달러 등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이런 현상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원자재 수급 불안과 국내 경기침체 외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고 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면 경제 주체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필요한 대응책을 제때 마련하지 못하게 한다. 실제로 조사에 응한 기업의 62.9%가 올해 영업이익이 목표에 미달할 것으로 봤는데, 이는 지난해보다 17.1% 포인트나 증가한 수치다. 원인으로는 내수부진 장기화(68.4%) 원자재 가격 상승(19.6%) 수출부진(11.4%)을 꼽았다. 제조업뿐만 아니다. 부산 경제를 떠받치는 유통, 물류업계 매출 상황도 암울하다.

응답 기업의 절반 이상(51.4%)은 내년 1분기 경기가 올해 4분기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 우려했다. 물가변동성이 확대되고 미국 트럼프 2기의 관세 정책으로 수출 환경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빠르게 상승하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이 꺾이지 않는 것이 제일 큰 문제다.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나 겪었던 환율 1500원 시대가 조만간 닥칠 거란 우려도 적지 않다. 강달러로 인해 기업들은 원자재 비용과 달러 빚 부담이 커져 초비상 상태다. 부산 제조기업 78.9%는 내년에도 우리나라 경제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심지어 부산기업 60.6%는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할 정도였다. 부정적 제조업 경기전망에 따라 채용은 물론 소비가 위축되면서 경기침체 우려 가능성이 켜졌다.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현재 상황이 코로나19 때보다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부산시는 가용 예산과 정책 수단을 총동원해 제조업 경기 활성화에 나서야 한다. 부산상공회의소와 함께 환율리스크에 노출된 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강화하고 금융지원을 연계해야 할 것이다. 또 은행권이 약속한 외화대출 만기연장, 수입신용장 대금 결제일 연장 등을 제대로 실행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으로 움츠러든 소비심리가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를 계기로 더욱 급격히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가적으로는 여야 갈등으로 무산된 여야정협의체를 하루빨리 가동해야 할 것이다. 또한 외환 당국은 우리 경제의 최대 리스크가 된 환율 방어에 정책 역량을 총동원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