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이어 30일 오전 같은 항공사, 동일 기종(보잉 737-800)의 항공기가 랜딩기어(비행기를 지지하며 이·착륙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 이상으로 회항했다. 국토교통부는 이 기종 항공기를 전수 점검하기로 했다. 또 제주항공의 운항 체계를 철저히 들여다볼 계획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전체 항공기 운영체계 안전점검을 실시하라”고 국토부에 지시했다. 사고 원인을 밝히려면 최소 6개월, 최장 3년이 걸리므로 우선 운항 체계에 무리한 점은 없었는지, 같은 기종에서 왜 자주 사고가 발생하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해야 하겠다.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현장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고가 난 항공기는 지난 27, 28일 48시간 동안 6개국 8개 공항에 13회 운항했다. 공항 체류 시간은 한 시간 남짓이었다. 기름 넣고 정비하는 시간을 빼면 거의 쉴 새 없이 날았다. 무리한 운항이 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제주항공 측은 무리한 운항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단거리 비행이 많으면 기체 피로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공항 체류 시간이 줄면 그만큼 정비 시간도 많지 않다. 지난 3분기 기준 제주항공의 대당 월평균 운항시간은 418시간으로 국내 6개 항공사 중 가장 길었다. 운항 스케줄 관련 안전 기준을 더 세심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참사 하루 만에 제주항공 동일 기종서 ‘무안 참사’ 여객기의 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랜딩기어 이상이 또 발견된 것을 우연으로 넘겨서는 안된다. 보잉 737-800 기종은 1997년 생산된 후 5000대가 팔릴 정도로 인기 여객기다. 주로 비행 6시간 이하 중·단거리 노선에 투입됐다. 다른 기종과 비교해 사고가 잦았다. ‘무안 참사’ 외에도 2022년 132명을 태운 중국 동방항공 여객기가 8000ｍ 상공에서 수직 추락해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 2016년 아랍에미리트 저가항공사 플라이두바이 여객기가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나도누 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 탑승자 61명이 모두 숨졌다. 이 외에도 엔진 커버가 떨어지고 객실에서 연기가 나는 등 크고 작은 사고가 여러 건 발생했다. 국내에는 총 101대가 운항 중인데 제주항공이 39대로 가장 많다. 현재는 단종된 상태다. 이번 사고에서 나타났듯이 공중에서 연료 방출 기능이 없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정부는 국정 혼란에도 특별재난지역 선포, 합동분향소 설치, 유족 심리 상담 등 수습에 노력하고 있다.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고 재발을 막는 것이 우선이다. 무리한 운항 스케줄이 없었는지 서둘러 점검해야 한다. 이참에 국내 항공기 운영체계 전반을 손봐야 하겠다. 불안 심리가 확산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주항공은 정비에 문제 없었다고 되뇌지 말고 이번 사고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