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메시지를 통해 지지층 규합에 나서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A4 한 장 분량의 입장문을 전달했다. 여기에는 “나라 안팎의 주권 침탈 세력과 반국가세력 준동으로 지금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며 “이 나라의 자유민주주의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이렇게 많이 나와 수고해 주셔서 감사하다.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국가나 당이 주인이 아니라 국민 한 분 한 분이 주인인 자유민주주의는 반드시 승리한다”며 “우리 더 힘을 냅시다”는 독려의 메시지도 포함됐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지난달 31일 법원으로부터 윤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후 한남동 관저 앞에는 윤 대통령 체포를 저지하려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윤 대통령 지지자 4000명이 집결했다. 윤 대통령 측이 체포영장은 불법이라며 불복하고 있는 데다 지지자들이 농성을 벌이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지지층에 편지 형식 입장문을 낸 것은 시위를 선동한다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국회의 탄핵소추로 인해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올 때까지 권한행사가 정지됐으나 윤 대통령은 여전히 헌법상 국가원수이며 국가의 계속성과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져야 한다. 하지만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싸우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지도자로서 최소한의 품위마저 상실한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행태는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한 국민담화에서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던 공언이 무색할 정도다. 정작 자신이 체포당할 위기에 처하자 강성 지지층 뒤에 숨어 법 집행을 모면하려는 비겁한 행태다. 윤 대통령 입장문 발표 후 ‘현직 대통령 체포’라는 초유의 법 집행과정에서 관저 정문에서 버티는 지지자들의 물리적 저항 가능성이 커졌다.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과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윤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2일 오전엔 윤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집행하려고 공수처 관계자들이 출발했다는 소문이 돌자 유튜버 20여 명이 관저 앞으로 몰려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윤 대통령이 여전히 극단적 특정 입장을 앞세우는 유튜브 생중계를 보고 있는 것도 여러모로 개탄스럽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SNS에 “유튜브로 아직 세상을 보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면서 “비통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일부 극우 세력을 자극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과정에서 공권력을 마비시킬 물리적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 탄핵을 찬성하는 시민도 이날 관저 앞으로 대거 몰리면서 시민 간 충돌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야당은 물론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국민 간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한다. 윤 대통령은 더 이상 자신의 안위를 위해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일을 반복해선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