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8%로 낮췄다. 2일 발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에서다. 지난해 7월 정부 전망치(2.2%)나 지난해 11월 한국은행 전망치(1.9%)보다 낮은 수치다. 1990년 이후 2% 미만 경제성장률은 IMF 외환위기였던 1998년(-5.1%), 금융위기가 닥친 2009년(0.8%), 코로나19 팬데믹 영향권인 2020년(-0.7%)과 2023년(1.4%) 4번 뿐이었다. 1954년 경제성장률 집계 이후로 쳐도 6번에 그친다. 정부는 미국 신정부 출범, 국내 정치 상황, 내수 침체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며 이같이 예상했다. 정부는 가용재원을 총동원해 경기를 뒷받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범석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달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경제정책방향 상세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매년 내놓는 새해 경제정책방향은 전년도 말에 나오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2025년도 전망치는 지난 연말 돌발한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 때문에 발표가 늦춰졌다. 이번 대책엔 내구재 소비 촉진, 사회간접자본(SOC) 조기 발주 등 민생 회복책과 외국인 투자 촉진 지원 패키지, 무역금융 확대 공급 등 국가 신인도 유지 및 통상 대응책이 총망라됐다.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한 지방 경제 활성책도 여럿 눈에 띈다. 지방분권 촉진이라는 기왕의 국정기조를 유지하면서 대내외 리스크 관리방안을 고민한 흔적이다. 정부는 상반기 중 재정 75%를 집중 투입하고 부족하면 추후 보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초유의 야당 주도 감액 예산 국회 통과에도 건전 재정을 이유로 추경에 미온적이던 정부가 태도를 바꾼 것이다. 그만큼 위기감이 강하다는 의미다.

올해 한국이 처하게 될 가장 심각하고 임박한 과제는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뿐만 아니라 우방국에도 관세를 대폭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마당이어서 우리 수출 기업에 짙은 먹구름이 낀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결코 웃을 수 없는 이유다. 자동차나 석유화학 분야는 미국 새 정부의 강달러 정책에 직격탄을 맞을 우려가 크다. 국가신용등급 강등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내수 역시 변수다. 최근 소비심리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는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오히려 더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연쇄 탄핵 이후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통령 대대행 체제가 어느 정도 자리 잡혀간다. 헌법재판관 2명 임명으로 더불어민주당 반발을 잠재우고, 내란특검과 김건희특검법 거부로 국민의힘 체면도 세워준 모양새다. 급하면 당장은 재정을 부어 경제의 불을 끌 수밖에 없지만 근본적인 해답은 정치에 있다. 곧 출범할 여야정 국정협의체가 제 역할에 충실해 정치 불확실성부터 해소해야 경제정책이 효과를 낸다. 여야는 민생 활력, 대외 신인도 유지, 산업 경쟁력 제고, 통상 환경 대응 등에 필요한 법안 처리에 초당적 힘을 모아야 한다. 부산시도 정부의 이런 기조에 맞춰 기민한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