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이 최근 치과에서 오래된 금니를 빼고 임플란트를 심었다. 의사에게 금니를 돌려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대답은 “안된다” 였다. 아무리 금붙이라도 인체에서 나온 건 의료폐기물이어서 발치 후엔 폐기 처리한다는 설명이었다. ‘금 이빨 삽니다’라고 써 붙인 금은방을 그동안 수없이 봐왔고, 군말 없이 금니를 주는 병원도 많다는 얘기를 적잖이 들은 터라 재차 따졌지만 반응은 같았다. 20여년 전 30만 원 넘게 주고 해넣은 금니를 버린다는 말이 하도 미심쩍어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검색하다 보니 비슷한 분쟁을 겪은 사람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최근 금값이 고공 행진하면서 일명 ‘자투리 금’ 관심도 높아졌다. 집안에 굴러다니던 귀걸이 침, 끊어진 목걸이, 펜던트, 팔찌 걸이 등을 팔아 수십만 원 뜻밖의 돈을 챙겼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금니도 유용한 금 재테크 수단 중 하나다. 한국거래소 기준으로 25일 현재 금 시세는 1돈(3.75g)당 54만4275원이다. 1년 새 60% 가량 올랐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 관세 인상 정책이 안전자산인 금 수요를 자극한 데다 한국조폐공사마저 골드바 공급을 중단하면서 국내 금값은 국제 시세마저 압도한다.

문제는 애매한 금니 처리 방식이다. 발치한 금니에는 치아조직과 금속보철물이 섞여 있다. 치아는 당연히 의료폐기물이므로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하는 게 맞지만 보철물은 인체조직이 아니다. 소유권도 보철물 대가를 지불한 환자 본인에게 있다. 실제로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는 소유주가 원하면 일정 동의 절차를 거쳐 돌려줄 수 있게 돼 있다. 그런데도 금니 반환을 거부하는 치과가 많다. 심지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조차 ‘치아를 돌려줄 수 있으나 폐기 시에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처리를 해야 한다’는 답변으로 병원측 반환 의무를 모호하게 해석한다.

금 보철물의 경우 크기나 함유량에 따라 최대 10만 원 이상 가격이 책정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한때 치과에서 보관 중이던 금니를 치위생사가 몰래 팔았다가 형사 입건되는 사건이 있었다. 부산 등 지역 치과의사단체에서는 폐금니를 따로 모아 복지단체에 기부한다. 소량이지만 분명 금인데 그냥 폐기한다는 일부 병원의 설명은 믿기 힘들다. 이러니 서로 불신만 쌓인다. 앞서 그 지인은 치료가 끝나고 몇달 뒤 비닐봉투에 다른 사람 이름이 적힌 금니 하나를 받기는 했다. 그러나 금은방에서 확인한 결과 가짜였다. 금값 고공시기 씁쓸한 풍경이다.

강필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