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영주권을 500만 달러(71억 원)에 판매하겠다.” “우리가 그동안 전쟁 지원금을 많이 냈으니 당신 국가 광물을 팔아 비용을 대라.” “관세를 활용해 침체에 빠진 국가 제조업을 부흥하는 게 나의 사명이다” “가자지구를 휴양지로 개발하자.”

한 국가 대통령이 기상천외한 아이디어와 거침없는 말로 국제사회를 흔들고 있다. 그 이면에 자국 이익이 자리한다.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제45·47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다. 미국 역사상 재산을 가장 많이 보유한 대통령답게 모든 게 비즈니스다. 이와 관련한 일화가 있다. 그는 2023년 8월 24일 선거법 위반 혐의로 애틀랜타 풀턴 카운티 감옥에서 머그샷을 찍었다. 그는 바로 다음 날 사진을 활용해 기념품(굿즈)을 만들었다. 머그샷이 들어간 머그컵, 티셔츠,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제작해 3일 만에 700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돈벌이와 함께 검찰 기소를 희화화하는 효과까지 거뒀다. 주어진 여건을 비즈니스로 활용하는 데 천재적 재능을 발휘한다.

그의 비즈니스 감각은 사업, TV 리얼리티 프로그램, 책 출간 등을 통해 형성됐다고 한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부동산 사업에서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아파트 개조사업에서 배 이상의 이익을 남겼다. 뉴욕 맨해튼 코모도 호텔을 개조할 때 4억 달러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아, 1980년 뉴욕 번화가에 1400개 객실을 갖춘 25층 높이 현대식 호텔을 지었다. 트럼프 타워 건설로 세계적 부호 반열에 올랐다. 그는 이때 자기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2500만 달러짜리 건물을 손에 넣는 수완을 부렸다. 주상복합인 이 건물을 소유하면 뉴욕 최고가 된다는 광고로 사전 분양을 성공시켰다. 이를 통해 공사비 대부분을 조달했다. 이 건물을 완공했을 때 37세였다.

11년간 TV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apprentice·견습생)’를 제작하고 진행자로 활약한 그는 권력 행사법과 리더십을 배웠다. ‘거래의 기술’ ‘빅씽킹’ 등 책 20권을 내며 사람 다루는 법을 체계화했다.

‘장사꾼 대통령’은 그동안 선진국 국가 지도자에게서 볼 수 없던 모습이다. 국정 운영을 기업 경영하듯이 한다. 미국인 특히 ‘앵그리 화이트’(소수 인종 우대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은 백인 노동자)는 그를 적극 지지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국 이익을 챙기는 모습은 집권 2기를 맞아 더욱 정교하다. 트럼프를 제대로 알아야 그를 상대할 수 있다.

최현진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