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의과대학 교육 내실화 방안 발표를 이달 중으로 연기하면서 신학기를 맞은 의대가 혼란에 빠졌다. 올해 신학기 의대 1학년에 24학번과 25학번이 겹치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내실화 방안을 2월 중으로 마련하겠다는 교육부 장담이 빈말이 된 것이다. 정부 지원 방안을 알 수 없어 각 의대가 종합적인 교육대책을 세울 수 없다. 올해 의대 신입생과 휴학생들은 과밀한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밖에 없다. 상당수 의대는 대규모 증원을 감당할 교수 충원과 시설 확충이 어렵다. 의대 증원 영향으로 지방 의대 교수들의 수도권 의대로 탈출하는 것도 문제다. 의대 정원이 늘어도 부실 교육이 되지 않게 지원하겠다 더니 교육부가 약속을 저버린 점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개강을 하루 앞둔 3일 전국 40개 의대 중 10곳은 모든 학년에서 수강신청 인원이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

새 학기 개강 시즌이지만 의대생 복귀와 학사 정상화는 요원하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올해도 ‘휴학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난달 10일 기준 40개 의대에서 복학 신청을 한 비율은 8.2%에 불과했다. 또 지난달 25일 기준 전국 40개 의대 수강신청 인원은 총 4219명에 그쳤다. 10곳은 모든 학년에서 수강신청 인원이 없다. 수강 신청한 신입생들도 수업을 거부할 우려가 크다. 학교로 돌아온 일부 의대생은 ‘블랙리스트’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일부 의대 오리엔테이션에선 선배들이 신입생에게 휴학을 강요했다고 한다. 의대생들의 저조한 복귀가 예상되자 고신대가 17일, 울산대는 31일로 개강을 늦췄다. 대규모 유급·제적 사태를 막으려는 고육지책인 셈이다.

의정 갈등을 끝내려면 내년도 의대 정원이 하루빨리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관계부처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지 못해 걱정스럽다.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최근 의대 학장들과의 간담회에서 학생 복귀를 설득하면 증원 이전 정원인 3058명 안이 실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정부가 추진해온 의대 증원 노력을 부정하는 꼴인데다 보건복지부와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의견을 내 분란만 더했다. 환자·시민단체도 “밀실 합의를 통한 정원 동결은 있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나마 의대 정원 규모를 정할 수급추계위원회 법안이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위를 통과한 것은 다행스럽다. 서둘러 운영돼야 할 것이다. 국회는 내년 정원에 한해 각 대학 총장이 4월 말까지 자율적으로 모집 정원을 정하도록 특례조항을 마련했다.

의정 갈등 사태가 2년째 이어지면서 피해는 환자 몫으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2~7월 전국 의료기관에서 ‘초과 사망자’가 313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과 사망자는 통상적으로 예상되는 사망자보다 많이 발생한 경우다. 지난해 2∼11월 상급종합병원의 위·대장·폐·간·유방·자궁경부 등 6대 암 수술은 전년 동기보다 17% 감소했다. 갈수록 고통이 가중되는 국민을 생각한다면 의료계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조금씩 양보하며 타협 실마리를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