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한민국 시도지사협의회에 근무하면서 지방자치제도의 현실과 한계를 직접 경험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27일 국회에서 열린 헌법 개정 토론회에서는 대통령 중임제와 국회의원 양원제 도입, 지방자치 강화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되었다. 최근 헌법 개정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올해로 지방자치 시행 30년을 맞은 지금 진정한 지방자치 실현을 위해서도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방정부는 여전히 중앙정부의 예산 통제 속에 자율적 재정운영이 어렵다.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에 대한 포괄예산 지원을 제한하고, 대신 국비 지원 사업이나 공모 사업을 통해 지방비를 부담하게 한다. 그 결과 지방정부는 자율적 지역 특색을 살린 정책을 추진하기보다 국비 확보를 위해 불요불급한 사업도 추진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또한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중앙정부의 투자심사나 타당성조사 등 사전심사제도로 신속한 예산집행이 어렵다.
지방정부가 수행해야 할 행정권 역시 중앙부처의 제약 아래 있다. 중앙부처는 현장의 집행업무를 지방정부에 이양 혹은 위임하는 대신 전문성 등을 이유로 지방특별행정기관(지방청)이나 산하 기관인 공사 공단 협회 등을 설치해 수행한다. 이로 인해 유사한 업무의 이원화로 인한 행정력 낭비와 이러한 기관을 통한 지방정부의 규제 혹은 자율성을 제한한다. 이에 시장·도지사들은 지방청의 기능을 축소하고 관련 업무를 지방정부로 대폭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입법 구조 또한 지방정부에 불리한 방향으로 변화했다. 과거 2000년 이전에는 정부 입법이 70~80%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국회의원 입법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국회의 수준이 높아져 입법기능이 강화되었다기 보다는 중앙부처가 의원입법의 편리성 때문에 이용한 측면이 있다. 즉 정부 입법의 경우 중앙부처 차관회의와 국무회의를 통해 지방정부의 의견이 반영되어 불합리한 법률을 조정할 수 있지만 의원입법은 이러한 견제 없이 쉽게 재·개정될 수 있다. 특히 중앙집권적 권한 강화나 수도권 지역을 위한 법률도 비수도권 지역의 의원수가 적어 쉽게 통과될 수 있고, 이를 견제할 제도적 장치도 없다. 지방자치 시행 30년이 되었지만 지방자치의 길은 여전히 멀어 보인다.
이제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헌법 개정 논의에서 지방자치 강화를 핵심 과제로 포함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방안은 지난 11월 27일 논의된 국회의 양원제 도입이다. 하원(200명)은 인구 비례로 구성하되, 상원(100명)은 지역 대표 중심으로 구성해 지방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원에서 입법된 법안이 지방정부의 권한을 침해할 경우 상원이 이를 견제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헌법 개정 논의는 대한민국 지방행정의 근본적 전환점이 돼야 한다. 단순히 대통령제 개편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지방자치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지방정부가 충분한 권한과 책임을 갖고 행정을 수행하도록 국회 구조를 개편하고, 지방 분권을 헌법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미래는 중앙집권이 아니라 지방분권을 통해 더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