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한국이 한창 탄핵정국일 때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권이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많은 인사들이 취임식에 참석해 각자의 이익을 위해 노력했지만, 대통령은 참석하지 못해 정작 중요한 국가 전체의 이익을 챙기는 노력은 부족했던 것 같다.

이후 이어진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 폭주로 인해 현재 세계 경제가 요동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는 1기 당시 부과된 20% 관세에 더해 지난달과 3월에 10%씩을 두 번 추가해 현재 40% 이상의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또한 1기의 대중 관세로 중국의 우회 대미 수출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서도 25%의 관세 부과를 시도하고 철회하면서 북미 지역이 트럼프발 관세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관세 폭탄은 대서양 건너 유럽과 일본에게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4월 2일로 예고된 상호관세 부과가 그 정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호 관세는 특정 국가가 미국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율과 동일한 수준의 관세를 해당 국가의 수입품에 부과하는 것이다. 즉 상대국이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미국도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해 대응하기 때문에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들에 대한 보복관세의 성격이다. 이는 달러 기축통화의 반대급부로 지금까지 전세계 국가들에게 제공되어온 자유로운 미국시장에 대한 수출 허용 약속으로서의 자유무역질서를 사실상 철회하는 의미를 갖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우리에게 부과하면 우리도 그들에게 부과하는 것이라며 상호관세의 부과는 불공정한 국제무역질서를 공정하게 바꾸는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2기 정부의 설명과 달리 전세계의 반응은 미국의 주장과는 다른 것 같다. 심지어 일부 인사들은 트럼프 2기 정권의 출범과 그 추진정책이 현실화되면서 전 세계는 세계사적 거대한 패러다임의 전환기에 접어들었다고 보고 있다. 즉 2차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미국 달러 중심의 자유무역과 다자간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세계 경제질서가 다시 2차대전 이전의 제국주의와 자국중심주의의 시대로 회귀하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즉 국제규범이 강조되던 시대에서 다시 자국 이익에 기반한 힘의 지배가 더 중요한 작동원리가 되는 시대가 된다는 것이다. 변함 없이 확실한 점은 바이든에 이어 트럼프 2기 대외 경제정책의 핵심 또한 중국의 도전에 대한 견제를 통해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또한 대응 방향에 따라 향후 우리의 국가적 운명이 결정되는 데 매우 중요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사이에 위치한 우리의 지정학적 상황에서는 어떤 역할과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국가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

하지만 위기는 반드시 기회를 동반한다는 점에서 보면 한국과 부산지역 산업에도 새로운 기회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큰 기회는 미국의 제조업 공급망 구축 요구로 인한 부울경 제조업의 특수효과다. 트럼프 정부 관세정책의 궁극적 목적은 관세를 통해 기업들의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해 제조업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세와 함께 감세정책 등 유인정책도 곧 확대될 것이라 예상되며, 향후 미국내 투자가 본격화 된다면 부울경의 한국기업들에게도 큰 기회가 생길 것이다.

당선되자마자 한국에 요구한 조선산업 분야에서는 이미 이러한 특수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울경지역이 주력으로 하고 있는 방위산업 분야 또한 이미 미국의 탈중국 공급망 재구축 전략과 유럽의 재무장 등의 특수로 사상 최고의 호황기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추가로 에너지 전환과 전력수요 폭증으로 인한 원전 건설 확대와 로봇, 인공지능 등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의 기회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우리가 이미 보유한 전통제조업 분야의 기술과 공급망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보유하고 있는 첨단 신산업 분야의 경쟁력을 교환하는 가치사슬 교역의 이익을 크게 확대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한편 탈중국 공급망의 재조정 과정에서 이뤄질 아시아 지역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확대될 한국과 부산으로의 투자유치를 통한 도약 기회 또한 반드시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