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었다. 자다 깨서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긴 것이, 그리고는 잠 못들고 뒤척이며 밤을 새운 날들이, 전국민이 소위 ‘계엄성 불면 증후군’을 앓고 있는 요즘이다. TV뉴스를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욕이 나온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다양한 욕을 쏟아낸다. 그것은,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살아온 내나라 대한민국과 국민을 한순간 굴욕스럽게 만들고, 어려운 역경과 군부독재의 음험(陰險)한 시절을 이기며 자랑스럽게 지켜온, 민중들의 외침과 정의와 민주에 대한 모욕이 견디기 어려워 한숨처럼 욕이 나오는 요즘이다.

욕(辱)은 ‘욕될 욕’이라는 한자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부끄럽고 치욕적이고 불명예스러운 일’이라고 한다. 욕이라 함은 입에 담지 못할 쌍소리쯤으로 여기고 있었는데 그럴까? 그러나 그런 욕이 우리 전통놀이 속에는 비유와 비꼼 등 은유를 통해 힘있는 상대를 놀리는 힘없는 사람들의 모든 행동과 말이 욕이 된다.

판소리나 탈춤 등 전통놀이나 시조 등 문학작품에서도 욕은 일반 대사와 절묘하게 섞여 우리네 일상의 해학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에게 풍자와 해학은 매우 익숙한 개념이다. 안동 하회탈만 보더라도 우리는 그 탈들이 만들어낼 풍자를 상상해 낼 수 있고 모든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맺음 할 것임을 알 수 있다.

탈춤은 비판과 풍자를 해학적으로 표현하여 관객들에게 웃음과 치유를 선사한다. 탈춤은 민중이 겪는 억압과 고난을 위로하고, 관객끼리 소통하는 장을 마련한다. 이러한 탈춤의 특징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예술적·사회적 가치를 보여준다.

우리 조상들의 슬기는 이야기하고 있다. “즐거워서 웃는 것이 아니다. 웃어야 살아 갈 수 있다.” 그렇기에 놀이를 통해 현실의 권력을 맘껏 비꼬면서 욕하고 웃는다. 모든 눈물을 웃음으로 승화 시켜주는 것이 바로 풍자와 해학인 것이다.

욕은 언어와 그것에 딸려 있는 인간 행위가 질서라든가 체계와 체제를 벗어 던진 상황에서 폭발한다. 어느 선배의 말처럼 욕은 발언되는 것이 아니라 폭발된다. 그것은 터지고 박살나는 그 무엇이며 보통 상황, 예사말에서의 벗어남이고 어긋남이다. 보통 언어가 아닌 제2의 언어요, 또 다른 언어다. 논리라든가 이성에 매인 언어로는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분화하는, 불 뿜는 언어다. 그것은 최소한 문란이고 최대한 반란이다.

욕이 비평이되 사회적 비평이란 것은 의심할 나위 없다. 대중의 비평이고 이름 없는 비평이 곧 욕이다. 한 사회가 묵과할 수 없는 것은 항상 욕감태기가 되게 마련이다. 해서 풍자며 야유, 요컨대 우스갯소리와 겹친 욕은 한 사회가 윤리며 정의 진리를 지키려는 마지막 안간힘이 된다. 그래서 욕은 사회의 파수꾼 노릇을 거뜬히 해낸다. 시치미 떼는 욕, 능청을 떠는 욕이 그중 일품이다.

이 같은 욕이야말로 풍자요, 희극성의 극치다. 배 쓰다듬어주면서 등에 칼을 꽂아 대는 솜씨다. 욕은 주로 상대방이나 상황에 대한 불만 분노 혐오 경멸 등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나 행동이다.

욕은 보통 사회적 규범을 위반하는 표현으로 간주되며, 때로는 사람들 간의 관계에서 갈등을 일으키거나 감정의 해소를 돕는 수단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자와 해학이 있기에 욕은 단순히 부정적인 감정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에서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욕은 문학과 예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등장인물의 감정선이나 사회적 갈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자주 사용된다. 욕은 예술 작품에서도 감정의 강도를 표현하는 중요한 도구로 사용된다. 특히 극적인 표현이나 내면적 갈등과 사회적 억압을 나타내는 강렬한 방식으로 욕은 등장할 수 있다. 또한 욕은 권력에 대한 저항, 또는 억압에 대한 반발의 언어로 사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폭력적인 정치적 환경에서 욕은 반체제적 언어나 저항의 상징으로 기능하기도 하며, 권력자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사용된다.

시대적으로 보아도 힘없는 민중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힘있는 자를 향해 욕을 하는 것뿐이었다. 시대를 거슬러 보더라도 욕은 언제나 힘없는 자의 몫이다. 요즈음같은 날 욕이라도 실컷 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숨을 쉴 수 없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