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가 세계 기축통화가 된 계기는 1944년 체결된 브레턴우즈협정이다. 금 1온스에 35달러를 고정 교환비로 설정하면서 달러는 단숨에 세계 중심 화폐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미국이 달러를 대거 발행하면서 화폐 가치가 하락했다.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각국은 1971년 보유 달러를 금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미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금 태환(교환) 중지’ 선언을 하면서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이 사건으로 달러 가치는 위기를 맞았으나 기축통화 지위는 잃지 않았다. 달러가 미국 국채를 담보로 발행되는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미 국채는 경제 강국인 미국 정부가 보장하는 투자상품이다. 그래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미국 경제는 막대한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로 위험에 처했으나 국채 가격만은 꾸준히 상승했다. 1980년대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15%까지 올랐다. 1990년대 평균 금리는 연 6.7%였고 3월 말 현재는 4% 중후반대다.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비례 관계다.

국채는 결국 빚이다. 미국의 2023 회계연도 재정적자(9월 30일 기준)는 1조80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8% 증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을 줄이려는 이유다.

투자자들은 만기까지 기다리지 않고 채권을 팔아 수익을 거둘 수 있다. 현행법상 채권은 이자소득에만 과세가 이뤄지고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미 장기물 국채’가 기준금리 인하 시기에 고액자산가들이 선호하는 대표적 절세 상품이 된 까닭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지난해 1억9712만 원 상당의 미 국채 30년물을 매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미 채권은 금리뿐만 아니라 원·달러 환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살 때보다 팔 때 환율이 더 높을수록 수익률이 커진다. 지난해보다 올해 원·달러 환율은 급상승했다. 이 때문에 최 부총리가 원화 가치 하락에 베팅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물론 최 부총리가 금리 하락기에 맞춰 자산배분 차원에서 이를 매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개인이라면 현명한 투자다. 최 부총리가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영향력이 있다는 게 문제다. 더욱이 그는 2023년 인사청문회에서 ‘미 국채 1억7000만 원가량 투자’로 국회 경고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미 국채 매입 시점이 밝혀지면 더 큰 논란이 불가피하다.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마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이은정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