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찬반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헌법재판소 주변에서 철야농성을 벌이는 탄핵 찬반 단체는 2일부터 세를 과시하며 집회 수위를 더 끌어올릴 움직임이다. 양측은 선고 당일인 4일 13만3000명 규모의 집회를 신고했다. 온라인상에서는 입에 담기 거북한 극단적인 말이 오간다. 정치권은 겉으로 헌재 선고에 승복해야 한다면서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각국 주한대사관은 선고를 앞두고 자국민에게 주의령을 내리며 상황을 예의주시한다. 선고 당일 헌재 주변 학교는 물론 서울 주요 문화시설마저 휴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기업도 재택근무로 전환한다. 진영간 갈등이 심리적 내전을 넘어 실전 수준으로 격화하는 양상이다. 이런 기막힌 상황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기일을 이틀 앞둔 2일 서울 헌법재판소 인근 안국역 출구가 폐쇄돼 경찰이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은 선고 당일 전국 모든 경찰을 동원하는 ‘갑호비상’을 발령할 예정이다. 헌재 반경 100ｍ에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는 ‘진공 상태’로 만들고 있는 경찰은 서울에만 전국 210개 기동대와 경찰특공대 등 총 2만여 명을 동원한다. 대규모 집회가 열리는 종로 광화문 을지로를 ‘특별 범죄예방강화구역’으로 설정하고 총경급 지휘관 8명이 관리하도록 했다. 과격·폭력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이격용 분사기(캡사이신)와 경찰봉 사용도 적극 검토 중이다. 헌재 일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 드론 비행을 제한한다. 사고 우려가 높은 도시철도 안국역을 폐쇄하고 인근 역도 상황에 따라 무정차 통과를 고려하고 있다. 소방도 구급차 74대를 배치한다. 공권력은 그야말로 전시 같은 총력 대응 체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극단적 상황을 우려해 2일 치안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이성을 찾자는 메시지를 냈다. 한 대행은 “지금은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공동체 안정과 생존을 우선해야 할 때다. 분열과 갈등보다는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려할 만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겠으나 일어난다면 단호한 의지를 보여 폭동 세력이 준동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일인 2017년 3월 10일 박 대통령 지지자들이 경찰 차벽 쪽으로 몰리며 4명이 사망하는 등 67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그 때보다 갈등이 더 심하니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

탄핵심판 선고일은 대한민국 민주주의 운명의 날이다. 선고 결과와 그에 따른 대처가 한국 민주주의를 좌우할 것이다. 세계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다. 후진국 상태에서 전쟁을 겪고도 세계 경제 규모 10위권과 민주주의를 이렇게 발전시킨 나라는 유례를 찾기 힘들다. 이런 자부심으로 그날 의연하게 대처하자. 길게 보면 현 상황이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진통일 수 있다. 소수의 오판으로 한국이 무너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대한민국 체제 지킴이인 헌재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