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더 내고 더 받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지난 1일 공포하면서 연금개혁안이 확정됐다. 보험료율(내는 돈)을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41.5%에서 43%로 상향하는 것으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와 함께 국가의 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출산·군 복무 크레디트 확대 등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개혁은 1988년 국민연금 도입 후 세 번째로, 2007년 이후 18년 만에 이룬 성과다. 이로써 국민연금 기금 소진 시기가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늦춰지게 됐다.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을 위한! 대학생을 위한! 연금개혁 긴급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장철민·전용기 의원,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위원, 전국대학총학생협의회 소속 총학생회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 하고 있다.

국회가 더 늦기 전에 모수개혁을 성사시킨 것은 다행이나 갈 길이 멀다. 모수개혁에 따른 세대 간 형평성 문제가 불거졌다. 개정안을 시행하면 은퇴를 앞둔 50대 이상이 더 큰 혜택을 본다는 것이다. 내는 돈은 8년에 걸쳐 인상하고 받는 돈은 내년부터 바로 올리니 나중에 가입한 미래세대는 ‘더 내고 덜 받는’ 피해를 볼 우려가 있다. 이번 개혁에 불만을 토로하는 청년층이 많은 이유다. 최근 엠브레인퍼블릭·한국리서치 등이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연금개혁안 의견을 조사한 결과, 18~29세에서 반대 의견이 63%로 높았다. 30대는 58%가 반대했다. 청년층의 이 같은 불신은 미래에 연금 수령이 가능할지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연금 고갈 시기를 조금 늦췄을 뿐이다. 보험료 인상과 소득대체율 조정만으로는 연금제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청년층의 부담을 덜고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맞춰 재정 안정성을 꾀하려면 기초·퇴직·개인연금의 국민연금 통합 등 구조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모수개혁 합의 과정에서 여야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자동조정장치’ 적용 여부, 국민연금 통합 등 구조개혁을 논의하기로 했다. 특위 시한은 올해 말이며, 필요시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구조개혁은 이해당사자가 다양해 수치를 조정하는 모수개혁보다 더 복잡하다.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해 수급액을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놓고 여야 의견이 다르다. 기초·퇴직 연금 등과 연계한 소득보장체계 설계도 시급하다. 해마다 10조 원 이상 혈세가 들어가는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개편마저 불가피하다.

연금제도는 계층·세대의 연대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설계되고 운영해야 한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담아야 한다. 30·40대 의원들은 내년부터 연금소득세를 국민연금에 적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기존 제도의 수혜를 받는 기성세대 연금 수급자가 내는 세금을 일반 국가재정이 아니라 연금 재정에 투입하자는 방안인데 검토해 볼 만하다. 일부 정치인은 “86세대는 꿀을 빨고, 청년세대는 독박을 쓴다” “국민연금은 폰지(다단계)사기” 등 청년층 표심을 의식해 연금 개혁에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세대 간 갈등만 부추길 뿐이다. 국회는 특위를 서둘러 출범시켜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연금 지속성을 보장할 구조개혁 묘수를 찾아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