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재선거를 통해 부산시교육청에 복귀한 김석준 교육감이 새 판 짜기를 예고하고 있다. ‘부산 교육의 정상화’를 기치로 각종 정책과 인사 등에 변화를 시사한 것이다. 김 교육감은 취임식 등에서 “지난 3년간 시행한 업무와 사업을 철저히 점검해 이어갈 것은 이어가고 바꿀 것은 바꾸겠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이 재검토나 수정 사안으로 실제 언급했거나 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전임 교육감 역점사업은 부산시교육청 이전, 늘봄전용학교, 아침·독서체인지, 별빛도서관 등이다.

지난 3월 부산 금정구 금사동에 문을 연 윤산늘봄전용학교에서 학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교육청 이전 문제는 전임 교육감이 이를 추진할 때부터 논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학령 인구가 급감하는 마당에 수천억 원을 들여 굳이 청사를 옮길 필요가 있는가에 관한 찬반 여론은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늘봄전용학교나 아침체인지 같은 정책은 좀 다르다. 늘봄전용학교는 거점학교를 지정해 인근 초등학교 학생을 이곳에 모아 늘봄 교육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거점학교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 때문에 일부에서 학부모 반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부부의 돌봄 공백 해소, 학생수가 적은 학교의 늘봄 수요 해결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소통과 설명이 불충분했을지언정 방향 자체가 틀렸다고 보긴 어렵다. 아침체인지는 학생들의 신체 활동 부족을 개선하기 위해 부산에서 전국으로 확대된 프로그램이다. 사업의 필요성과 효과가 아니라 학생이나 교사의 불평 불만이 폐지 명분이 될 수는 없다.

김 교육감은 3년 전 신임 교육감이 자신의 대표적인 정책이었던 다행복 혁신학교 등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모습을 이미 지켜봤을 것이다. 당시에도 전임 교육감 정책이라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제도를 바꾸고 뒤집는 작업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컸다. 김 교육감이 돌아와 지난 3년 간의 교육행정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게 된다면 교육청이나 일선 학교의 혼란은 피할 수 없게 된다. 그 누구보다 초중고 학생들이 몇년 단위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 교육정책의 희생양이 된다. 아이들은 교육정책의 실효성을 측정하기 위한 실험용 모르모트가 아니다. 보수 교육감과 진보 교육감이 가진 시각과 가치가 아무리 달라도 이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김 교육감은 대학에서 31년간 예비교사들을 가르쳤고 재선 교육감까지 지낸 교육전문가다. 부산 교육수장직에 다시 올라 이전 임기에서 미처 못했던 정책을 재실현할 기회를 맞았고 이를 십분 활용하려는 시도와 노력은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그걸 하라고 부산 시민이 교육감으로 선출한 것도 맞다. 그러나 전임자 뒤집기가 과하면 그에 못지 않은 반발을 부르게 된다. 부산 교육은 심각한 학력 저하와 동서 격차, 공교육 붕괴, 학령 인구 감소에 따른 잉여 교육시설 처리 등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정책의 수정 보완 재검토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교육 수요자인 학생과 학부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