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메논 이코노믹스의 ‘2024년 세계 선진해양도시’ 보고서에서도 부산을 세계 10위의 해양도시로 평가하는 등 세계적으로는 부산이 우리나라 최대의 해양도시, 세계적인 해양도시임을 인정하지 않는 자료를 본 적은 없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여러 해양정책의 수립과 수행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려면 해운회사 본사의 60% 이상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서 실제 부산이 해양도시로서의 의사결정의 중심에 있지 않다는 비판이 따라오고 있다. 결국 부산이 우리 해양정책과 해양산업의 실질적인 중심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조선 및 해운의 핵심 기업의 본사가 부산으로 옮겨 오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나라처럼 수도권의 인구집중이 극심한 나라에서는 정확한 진단하에 이를 개선하지 위한 획기적인 정책을 수단으로 핵심 기업의 활동 중심지를 만들고 이를 통해서 인구가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요즘의 해운회사는 선박을 움직이는 핵심 인력인 선원공급, 재무적인 측면에서 선박구입과 운영자금의 적기·원활한 공급(해양금융)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부산이 선원공급과 선박금융의 수요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해양도시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고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는 단초를 정책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로 생각한다. 이미 지난 칼럼(지역특화형 비자 사업과 외국인 선원의 활용)에서 인구소멸지역의 특례 비자제도를 이용해 부산을 외국인 해기사와 그 가족의 국내 정착을 통한 핵심선원 공급에 대해 제안한 바가 있다. 이번에는 선박공급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해양금융의 문제와 해결방안을 제안해 볼까 한다.

2016년 한진해운 도산을 계기로 해운산업에서는 기업의 위험관리와 함께 적기에 안정적인 금융의 제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인식하기에 충분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HMM을 비롯한 해운기업이 천문학적 이익을 올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선복공급과잉과 경기 침체의 반복으로 장기적으로는 해운산업 전망을 그리 높게 보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리 해운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신조선박의 공급을 위한 자금과 경영이 어려운 시기에는 이를 극복할 때까지 운영자금의 공급이 해양금융이라는 이름으로 지원될 수 있는 상품과 제도가 갖추어져야 할 것이다.

해운기업 입장에서는 어려울 때 충분한 금융이 제공되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불만이지만,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는 해운산업의 짧은 호황과 장기 불황의 반복으로 해양금융이 고위험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어서 선뜻 뛰어들기 쉽지 않다. 금융기관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위험을 분산시키고 자금의 회수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민간금융에서 해양금융이 제대로 공급되기에는 위험이 컸기 때문에 돌고 돌아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공공영역에서 제한적으로 해양금융을 주도할 수 밖에 없었다.

필자는 ▷민간부문에서는 금융상품을 개발해서 자금을 제공하는 기능 ▷공공부문에서는 비용부담을 줄여주고 위험분산과 부실채권의 사후 처리 등을 체계적으로 할 수 있는 기능으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는 제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컨대 BNK 금융지주의 양 은행, 캐피탈, 투자증권 등이 각각의 기능에 따라 해양금융상품과 자금을 제공하고, 해수부가 이차보전사업을 통해 이자부담을 경감하고,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한국해운조합 등이 신용보증기금을 제공하는 것과 유사한 보증사업을 하고, 부실채권은 담보물인 선박의 국내외 매각이나 경공매를 전담하는 제도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본다.

부산시와 해수부가 BNK 금융그룹을 해양금융특화기관으로 지정하고 해수부, 한국해양진흥공사, 해운조합, 수협은행 등과 협력 및 역할을 분담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다면 부산이 매력적인 해양도시로 한단계 더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월호 이후 노후화된 내항선과 유도선의 현대화가 매우 시급함을 알 수 있었다. 유도선과 내항선의 현대화만에도 연간 수천억 원의 해양금융 수요가 예상된다. 이수요부터 부산이 중심이 된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