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권 곳곳에서 뜨거운 불길과 함께 곡성이 터져 나온 것과는 별개로 올해도 봄꽃들은 피었고 사람들은 추운 겨울을 이겨냈다는 자축과 기쁨의 축제를 열곤 한다. 기후상으로도 지나치게 매서운 추위와 나라 안팎의 혼란으로 더욱 얼어붙은 겨울을 보내왔기에 이번 봄은 그 의미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경남 창원시 진해에서 열리는 군항제는 전국 최대의 봄꽃 축제를 통해 우리나라에 봄이 왔음과 축제가 시작됨을 알리는 신호탄 역할을 해왔다. 두근거림과 설렘을 알려주는 행사지만 요 근래 꽃 없는 꽃 축제를 벌이면서도 지나친 바가지 요금으로 경계심을 키워왔다. 바가지 요금은 사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문제이기도 하다.

해마다 방문객이 줄고 평가가 악화되는 데다 올해 산불로 전국민이 깊은 슬픔에 빠졌지만 군항제는 올해도 일부 규모를 축소하는 선에서 열렸다. 그런데 과연 주민은 축제를 반기고 있을까? 불편함은 크지 않을까?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렇듯 지역을 위한 일이라는 명분에 주민은 희생만 강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주민은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소음 쓰레기 주차난 등의 피해를 입고 있다. 반발이라도 할라치면 지역에서 큰 일을 하는데 그것을 이해 못하는 속 좁은 존재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지역의 실태를 들여다보면 공무원들이나 정책가, 축제 관계자들이 말하는 몇 마디의 말로 다 설명되지도 이해되지도 않는다.

주민들은 2주 가까이 주차를 하지 못해 새벽 일찍 차를 끌고나가 밤늦게 돌아와야 하고 차를 아예 이용하지 못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기쁜 마음으로 집 앞을 주차공간으로 내어주기라도 하면 전화는 받지 않고 잠수를 타 진짜로 주차를 해야하거나 써야할 때는 연락도 안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적반하장으로 큰소리를 치는 사람도 있다. 여기다 쓰레기 흡연 노상방뇨까지 더해진다.

올해는 지나치게 많은 푸드트럭과 먹거리 부스들이 주택지 바로 아래까지 차려지면서 주민들은 갖가지 음식냄새와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인파와 소음으로 불편을 겪었다. 그럼에도 관계자들은 주민뿐만 아니라 상인들과 충분한 협의 후 위치를 정했다고 언론 보도를 한다. 아이러니 한 사실은 협의를 했다는 주민은 좀체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상인들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역축제이니 지역 상인들만 꼭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임대를 내준 외부 장사꾼들이 가게 앞을 부스로 다 가려버리는 행태가 과연 올바른 일인가 생각해봐야 한다. 심지어 축제 관계자들이 공식적으로 입점시킨 푸드트럭의 사장님들도 “전국을 다녔지만 이렇게 많은 푸드트럭이 입점해있는 것은 처음 본다며 장사가 너무 안돼 손해본다며 다시는 이 축제에 오지 않을 것”이라고 큰소리를 내곤 한다. 결국 주민들은 희생만 하고, 지역 상인들은 대목에 장사도 못하고, 비싼 요금을 내고 입점한 외부 상인들조차 벌이가 안 되어 축제 기간 철수하는 게 요즘 군항제의 현실이다.

봄꽃을 즐기러 온 상춘객들 역시 바가지 요금과 꽃보다 많은 인파, 충분하지 않은 지역 인프라로 봄의 아름다움보다는 축제의 불쾌함과 불만족에 다시는 오지 않으려 한다.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앞서 말했듯 올해의 봄꽃은 우리에게 많은 의미가 있다. 국민이 염원했던 겨울이 끝나면서 피어났고, 재가 되어버린 삶의 터전에서 많은 이들의 눈물과 바람에 의해 다시 꽃피우고 있다. 나 또한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 겨울이 끝남을 환호했고 앞으로 더욱 아름다울 우리의 봄날을 기뻐했으며 더 나은 꽃을 피우리라 다짐했다.

이렇듯 봄은, 봄날의 꽃은, 축제는 정말 큰 의미가 있기에 외국인들이 조금 찾아온다고 해서 글로벌 축제라고 우기기만 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이나 축제 관계자들은 지역 주민이 없으면 글로벌 축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하고 모두가 기다리고 함께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축제가 개최되길 염원한다. 축제를 준비하는 이들이 알아야 할 게 있다. 언론이나 유튜브를 통해 “좋았다” “사람들이 많이 왔다”하는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식 언론플레이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