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사 뉴스레터’를 운영합니다. 간단히 말해, 뉴스를 정리해 구독자에게 이메일을 보내면서 돈 버는 겁니다. 그것도 유료 구독으로 말입니다. 포털 사이트나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언제든 무료로 볼 수 있는 뉴스를 돈 주고 팔다니, 당장이라도 대동강 물을 판다며 쫓아올 사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시사 텍스트 콘텐츠를 구독제로 돈을 버는 것은 국내에서 유일합니다(제가 알기론). 이 때문에 콘텐츠 마케터들이 때때로 찾아와 묻습니다. 그 비법이 뭐냐고. 그럼 제가 나름대로 비법을 설명하면, 대개 고개를 가로 젓습니다. 지금 놓인 환경에서 할 수 없거니와 자신들의 능력 범위에 벗어난 것이라고요. 또는 직접적으로 말을 하지 않지만, 그건 오히려 잘못된 방식이라며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도 저를 쳐다봅니다.
이럴 때 저는 화를 내야 할까요. 그럴 거면 왜 물어봤느냐며 따져야 할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그들에게 동조돼, 제가 허무맹랑한 얘기를 꺼내놓았음을 자인할 정도로 변모합니다. ‘왜 그것을 할 수 없는지’를 들어보면 그 이론과 근거가 너무나 타당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인류의 숙제라고 할 수 있는 다이어트만 해도 그렇습니다. 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성공하기 어렵죠. 업무 회식·가족 모임 등의 일정과 심지어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겨 그것이 금세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쉽게 예상합니다. 이후부터는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다이어트 자체를 시도하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다이어트는 내일부터’라는 말이 생겼을 테죠.
다시 돌아와서, 제가 ‘시사 뉴스레터’ 아이템으로 창업했을 때가 2020년입니다. 뭘 먹고 살아야 하느냐는 막연함과 불안감이 엄습했던 시기 “사람들에게 뉴스레터를 보내 돈을 벌어보겠어”라고 했더니, 주변인 모두가 저를 붙잡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저는 뉴스레터 대량 발송 시스템에 대해 하나도 몰랐습니다. 아니 홈페이지조차 만들 능력이 없었죠. 애초에 어떻게 구독 정보를 받아서, 보내야 할지에 대한 대책이 없었던 건데요. 집에서 아무리 반찬을 잘 만든다고 해도, 장사는 다른 얘기잖아요. 반찬 가게 할 거면, 부동산을 돌아다니며 어떤 자리에서 판매할 것인지부터 따져야 할 겁니다. 그런데 저는 반찬을 잘 만든다면서 가게 자리와 판매 방식에 손 놓은 채, 주변인에게 “반찬 가게 할 거야”라고 말한 겁니다. 그러니 당연히 만류할 수밖에요.
지금은 창업 5년 차. 생존과 실패가 갈리는 중요한 분기점으로 평가되며, 창업 기업 10곳 중 7곳이 무너지게 됩니다. 다행히 저는 아직 살아남았습니다. 어쩌면 쓴물 단물을 어느 정도 맛본 시점이죠. 그래서 뭔가 새롭게 도전하거나 선택할 때 상당히 힘듭니다. 창업 초창기 ‘무턱대고’ 정신은 상당히 옅어졌습니다. 이제는 지켜야 할 것도 있고, 제약과 한계가 어떤 점인지 대략적으로나마 알기 때문입니다. 학창시절 선생님이 ‘난 너희들 눈 돌아가는 것만 봐도 다 안다’고 하시던 말씀이 생각나는 지점이죠. 저를 만난 콘텐츠 마케터들이 저와 만난 뒤 고개를 가로저은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겁니다. 다이어트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그 시도 자체도 섣불리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어느 날 고깃집에 갔더니 바닥이 끈적거렸다고 해봅시다. 완벽한 바닥 청소를 위해서는 영업을 마치고 직원에게 추가 시급을 준 뒤 대대적인 청소를 해야 하는데, 비용·시간 소모가 상당합니다. 매일 바닥 청소를 못하는 사정이 가게 사장님에겐 있습니다. 아마도 고깃집 바닥 청소를 매일 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해 보라고 하면, 사장님은 무수히 많은 사정을 늘어놓을 겁니다. 하지만 손님으로 간 우리는 ‘그럼에도 해야지’ 한 마디로 매섭게 잘라버릴 수 있죠. 더군다나 대개의 경우, 가게 사장님의 사정조차 알 수 없죠. 그러니까 익숙하고 해본 것일수록 우리는 ‘안 하는’ 혹은 ‘안 되는’ 이유를 더 많이 생성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탈주체화해서 자신을 바라봐야 하는 순간과 마주합니다. 스스로가 남이 돼, 나에게 훈수를 두는 겁니다. 고깃집 사장님은 스스로 손님이 돼 내 가게를 바라보고, 마케터는 공급자가 아닌 소비자로 나의 콘텐츠를 마주하는 겁니다.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나의 일을 돌아보면 내가 아는 현실적 제약은 ‘나에게만’ 해당한다는 걸 알게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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