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불만으로 가득찬 날이 있었다. “못할 수밖에 없는 거야, 할 의지가 없는거야” “이건 사전에 고려가 되어야하는 부분 아닌가?”

입을 여는 족족 문제를 지적하는 말들만 쏟아냈다. 문제는 언제나 존재하고, 그것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가면 된다고 생각해왔지만, 앞으로 나아가던 사례가 있는데, 이것을 뒤엎고 개선되기 전의 상태로 돌아가는 상황들이 반복적으로 보여 답답한 마음이 쌓여가다 못해 터져나오는 말이었다.

끝없는 불만을 이야기하다 문득 문제를 들여다보고 고민하는 것이 일상이 되다보니, 비판적인 시선으로만 굳어져버린 것 아닌가 우려가 들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청년)활동가’라는 정체성을 한 켠에 두고 지내온 지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며 생겨난 슬럼프였던 거 같다. 청년정책은 제도화 되었지만, 제도화 되는 과정에 생길 수밖에 없는 혼란, 그것이 수습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에 대한 무력감이 짙게 찾아온 시점이다.

청년 참여, 사회적 안전망, 불평등 해소와 같은 큰 의제들이 개인적인 화두로 자리잡기 전, 20대 초반의 나는 활동가가 사회에서 해내는 역할이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와 내 주변을 둘러싼 문제가 사회문제임을 확인하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숙의하기, 그것을 제도를 통해 개선하기 위해 여러 주체를 찾고 공동의 협력방안을 찾아가기’ 등의 과정은 지난했지만 그 경험이 참 즐겁고 소중했다. 낯설고 귀찮고, 때로는 힘들어도 그 과정 자체가 참여의 경험이 축적되는 시간이라 생각했다. 시민으로서의 감각도 ‘내가 시민인데!’라고 외친다고 생겨나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2021년 당시 청년참여기구인 부산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청정넷) 참여자의 말이 인상적으로 남아있는데 “청정넷은 말그대로 풀뿌리 연결망이죠. 청년이 온전한 시민으로서 지지받고, 지지를 바탕으로 서로를 이을 수 있는 네트워크라고 생각합니다”는 말이었다.

먹고 사는 일 만큼이나, 시민으로서도 여러 시민과 연결되어 나와 우리를 둘러싼 사회를 함께 이해하는 일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거듭들었다.

현재 부산광역시와 대부분의 기초지자체에 참여기구가 운영되고 있고, 그 밖에도 청년 참여 확대를 위해 각종 청년 관련 위원회에도 청년위원 할당이 의무화되고 있다. 제도적으로 참여의 장이 넓어지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지만, 그와 함께 불가피하게 따라오는 현상들은 고민을 품게 만든다.

참여의 과정은 경험재라 매년 경험이 쌓여가며 고도화될 수 밖에 없는데, 행정을 비롯 청년들도 참여기구 운영 및 활동의 경험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빠르게 제도화되며, 낮은 이해도와 부족한 예산으로 위와 같은 운영원리를 온전히 구현하지 못하는 한계가 생겨났다. 목적이었던 가치는 사라지고 형식과 절차만 남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장을 가보면 여전히 참여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고민하는 참여자가 있고, 적은 예산이라도 쪼개어 참여 활성화를 위해 지원하고자 하는 행정이 있기에 적극적인 고민의 경험이 쌓여갈수록 나아져갈 것이라 생각들었다. 부산 곳곳에서 참여의 경험이 크고 작게 생겨나고 있다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든든한 마음도 들었다.

5년여의 시간을 다시 돌아보면, 위원회, 청년참여기구, 청년단체 등 여러 위치에서 청년시민으로서 사회에 낼 수 있는 다양한 목소리들을 내고 있다. 그 외침이 때로는 유의미하게 쓰여졌고, 때로는 허공의 외침으로 머물기도 했다. 내었던 목소리 만큼의 변화가 있지는 않지만, 나와 내 주변이 부산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를 감각할 수 있도록 공동의 경험은 많이 만들어냈다. 대화 모임 학습 연구 기자회견 집회참여 등 누구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다.

마음에 불만이 있다는 건, 여전히 개선하고자 하는 마음과 기대가 살아있다는 뜻인 것 같다. 불만이 가득한 만큼 의지도 가득하다는 뜻 아닐까. 여러모로 세상에 분노가 가득한 시기, 우리의 분노를 잘 해석해서 새롭게 나아갈 방향과 방법을 고민해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