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6·3대통령선거 후보 단일화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단일화에 뜸을 들이면서 당 지도부가 이를 압박하자 양측 갈등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의원총회에서 단일화를 촉구했다. 7일 전 당원 대상으로 단일화 찬반 투표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권 위원장은 “단일화 약속을 믿고 당원과 국민은 김 후보를 선택했다”며 “단일화 약속을 무너뜨리면 국민 배신”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단일화 압박에 반발하며 이날 후보 일정 중단을 선언했다. 그는 경주 방문 중 기자들에게 “당이 대선 후보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며 “지도부가 저를 강제로 후보에서 끌어내리려 한다”고 말했다. 대선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 갈등이 더 오래가면 국민에게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후보 단일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분란은 김 후보가 자초했다. 경선에서 후보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가 끝나면 곧바로 단일화 논의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사흘 지났지만 단일화에 소극적이다. 국민의힘 지지자 다수는 한 전 대행과의 단일화를 원한다. 국민의힘 지지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한전 대행이 김 후보보다 배가량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단일화에 적극적이었던 김 후보가 경선에서 다른 후보를 제칠 수 있었던 동력이었다. 국민의힘 본류는 김 후보를 지지하면 단일화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제 와서 다른 소리를 하는 것 같으니 “사기”란 반응까지 나오지 않겠나.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대행 쪽으로 쏠린 듯한 모습이 단일화에 파열음을 낸 원인이기도 하다. 김 후보는 대선 후보에게 당무우선권이 있는데도 지도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일방적 소집도 김 후보 측을 자극했다. 김 후보의 머리 속에는 자기가 중심이 돼 단일화 협상이 진행되는 그림이 있다. 경선 과정에서 이를 여러 번 밝혔다. 김 후보는 이날 지도부를 향해 “당이 후보를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진행하고 있다. 나를 공식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결국 자당 대선 후보가 한 전 대행을 위한 지렛대임을 자인한 셈이다.

내홍은 동상이몽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유력 주자였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중도 하차한 배경에 한 전 대행 대망론이 있었다고 한다. ‘대선 후보는 한 전 대행’이라는 당 주류의 생각을 읽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여론조사에서 누구로 단일화하더라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크게 뒤진다. 내홍을 조기에 수습해야 할 이유다. 경선 과정에 참여한 낙선 후보 도움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당이 날 버렸다”며 탈당하고 미국행을 결심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국민 보기에 부끄럽다”며 선거대책위 합류를 유보했다. 당 지도부와 후보의 정치력 부재 탓이 크다. 모두 끌어안아 ‘원팀’으로 가도 승산이 있을까 말까다. 대선을 앞둔 사분오열은 자멸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