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는 지금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초집중, 장기 경제 침체 같은 구조적인 문제들이 심화되고 있고, 세계 경제 질서도 급변하고 있다. 이제는 기존 방식으로는 돌파구를 찾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다시 도약하려면 전면적인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산 역시 마찬가지다. 한때 ‘부산 르네상스’를 외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부산은 여전히 수도권에 밀리고, 대한민국 경제의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 이제는 과거 산업화 시대의 영광에 안주할 수 없다. 부산은 제2의 부흥기를 열어야 하며, 그 시작점은 바로 북극항로 개척에 있다.
2030년경 북극해가 녹아 북극항로가 본격적으로 열리면, 무엇보다 부산은 지정학적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 위상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부산은 오랜 세월 중국과 일본이라는 거대한 이웃 사이에 놓인 지정학적 제약 속에서 성장해왔다. 그러나 북극항로는 이러한 한계를 넘어 부산을 글로벌 해양수도로 탈바꿈시킬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부산은 더 이상 아시아의 끝자락이 아니다. 북극항로를 통해 유라시아와 북미 대륙을 잇는 세계 물류의 허브이자 새로운 문명의 교차로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위상 변화는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혁신하고, 글로벌 인재와 자본을 유치하는 강력한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는 단순한 물류 경로의 변화가 아니라, 부산의 운명을 바꿀 역사적 전환점이다. 한때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끈 역동적인 도시 부산이 이제 북극항로를 통해 새로운 시대의 주역으로 우뚝 설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둘째, 북극항로는 부산을 중심으로 한 부울경 경제에 전례 없는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북극항로를 활용하면 기존 인도양, 믈라카 해협 등을 지나는 남방항로를 이용할 때보다 부산에서 유럽 로테르담까지의 거리가 약 7000㎞나 단축된다. 이는 운송 시간과 물류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며, 부울경 지역을 세계적인 물류 허브로 성장시킬 결정적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부산항은 북극항로의 지리적 특성상 유럽으로 가는 최단 거리에 위치, 중국이나 일본 항구보다 압도적인 경쟁 우위를 차지할 수도 있다. 부산항은 단순한 아시아 물류 거점을 넘어 유라시아로 향하는 관문 도시로 탈바꿈하는 동시에, 부울경을 중심으로 해운·조선·수리·물류 산업이 다시 부흥하게 될 것이다. 이는 말 그대로 부산 르네상스의 서막이다. 북극항로는 침체된 한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부산을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자리매김하게 할 것이다. 북극항로는 부산 발(發) 대한민국 재도약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셋째, 북극항로를 통한 부산의 경제적 부흥은 단순히 지역 경제 활성화에 그치지 않는다. 더 나아가 대한민국이 당면한 심각한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화되면서 지방 소멸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부산이 명실상부한 해양 경제수도로 성장한다면, 수도권으로 집중된 인구와 자원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지방 소멸 위기를 극복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 수도권 과밀화로 인해 심화된 지역 간 격차 해소와 출산율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즉, 북극항로는 부산의 르네상스를 넘어 대한민국 사회 전반의 균형 발전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부산이 해양 경제수도로 자리매김할 때 비로소 대한민국 전체의 균형 발전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부산의 제2 부흥과 르네상스는 저절로 오지 않는다. 북극항로는 이미 주변국들의 경쟁으로 불붙고 있다. 현재 여름철 운항이 가능한 북극항로에 중국과 일본은 오래 전부터 막대한 투자를 시작해 주도권을 선점하려 하고 있으며, 한국은 이제 막 뒤쫓아가는 형국이다. 북극항로 개척과 거점항구 구축을 위해 정부의 결단이 필요하다. 북극항로 개척을 위한 10년 단위 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부산항 인프라 확장과 인재 양성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과 세계적 해운선사 HMM 본사의 부산 이전은 북극항로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부산을 중심으로 한 개발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첫걸음이 될 것이 분명하다.
또한 북극항로 대부분을 차지하는 러시아와의 외교 협력 강화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북극항로 개발은 경제 전략이자 외교 전략이다. 러시아와 안정적인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동시에 미국과의 관계도 조율하는 능동적 외교가 필요하다. 북극항로는 부산에 주어진 황금열쇠다. 여야 정치권 모두 이러한 기회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부산의 르네상스는 곧 대한민국의 르네상스가 될 것이다. 이제 부산발 르네상스 시대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한다. 부산의 르네상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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