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제사법위 등 4개 상임위원장 선출을 강행했다. 법사위원장에 이춘석, 운영위원장에 김병기, 예산결산특별위원장에 한병도, 문화체육관광위원장에 김교흥 의원을 뽑았다. 6월 임시국회 회기가 끝나는 다음 달 4일까지 이재명 정부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려면 상임위원장 선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앞세웠다. 국민의힘이 조속한 추경안 처리에 맞춰 예결특위원장 선출은 서두르고 다른 상임위원장 선출은 더 논의하자고 요구했지만, 민주당은 일괄 선출을 밀어붙였다. 국민의힘은 정부와 여당 독주를 막기 위해 법사위원장과 예결위원장은 야당이 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대답 없는 메아리였다. 22대 국회 출범 당시 원구성 합의대로 추진하자는 게 민주당 논리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협치를 강조한 지 하루 만에 이를 내동댕이쳤다. 야당 몽니를 참아 가며 손 놓고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다. 여야 협치가 처음부터 어긋나는 모습이다. “제가 이제 을이라 잘 부탁드린다”는 이 대통령 말이 무색할 정도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29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와 더불어민주당의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직 반환을 촉구하며 농성 중인 나경원 의원을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여당은 패스트트랙 등 법사위 우회 수단이 있는데도 상임위원장 선출을 일방 처리했다. 협치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여당은 추경안과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민생개혁 입법을 신속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4일까지 윤석열 정부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했던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상법 양곡관리법 노란봉투법 등 40개 법안을 처리할 태세다. 협치는 원래 다수당이 주도해야 하는 것이다. 정치는 타협의 산물이다. 힘 있고 많은 것을 가진 세력이 양보할 게 있다.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가 시작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퇴장하며 표결을 보이콧했다. 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선 “의석수 밀리는데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고 한다. 권력은 냉정하다. 약자에게 무자비하다. 국민의힘은 이럴 때일수록 똘똘 뭉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렇다고 반대를 위한 반대에만 매달려선 안 된다. 누가 보더라도 합당한 것을 지적해야 한다. 대안을 제시해야 적절한 비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재정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가 민생지원금 지급 예산이 없어 전전긍긍이라고 한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 국민 민생지원금은 지자체 부담률이 20% 정도다. 부산시민 1인당 25만 원을 지급한다고 볼 때 부담률 20%를 적용하면 1625억 원이 필요하다. 본예산도 아니고 추경예산에 이 정도 큰 금액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이것만 봐도 차분하게 추경안을 살펴봐야 할 이유가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를 의식해 민주당의 30일 본회의 개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달 3일 열기로 했다. 국무총리 인준과 추경안 처리에 여야 합의를 주문했다. 적어도 하나는 합의 처리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