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시내 7개 해수욕장이 여름 피서철을 맞아 성업 중이다. 해운대와 송정은 지난달 21일 일찌감치 문을 열었고, 다대포 송도 광안리 일광 임랑 등은 지난 1일 개장했다. 문제는 이 중 일부가 준비 부족 상태라는 점이다. 다대포 동측 해수욕장은 1994년 해수욕장 기능을 잃고 입욕이 금지된 이후 30년 만의 부활이라 관심을 모았지만, 백사장과 방파제 같은 연안정비만 완료됐을 뿐 화장실 탈의실 샤워장 등 편의시설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더 한심하다. 업체 선정에 차질이 빚어진 결과 올 여름엔 바닷물 속에 해파리 차단망을 설치하지 못했다. 두 곳 다 피서객 편의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해수욕장이 되고 만 것이다.

지난 1일 30년 만에 재개장한 부산 사하구 다대포 동측 해수욕장 일원이 편의시설 공사가 끝나지 않아 여전히 어수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제신문 DB

다대포 동측 해수욕장은 몇달 전부터 부실 개장 우려가 제기됐다. 해양수산부가 2015년부터 10년간 335억 원을 투입해 수중방파제를 설치하고 모래를 보강했지만, 정작 해변 한가운데 있는 우수관로는 옮기지 않아 주민 불만을 샀다. 여기에 편의시설 미비까지 겹친 셈이다. 사하구청은 지난 5월 공사를 시작하면서 6월 말까지는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으나 결국 해수욕장 개장 전에 마치지 못했다. 다대포는 도시철도 개통으로 접근성이 개선되고 세계 최대 낙조분수 등 명성에 힘입어 최근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명소로 떠오르는 중이다. 하지만 올해는 옷 한번 갈아 입으려면 몇백ｍ를 걸어가야 하는 불편 속에서 피서는커녕 짜증만 돋우게 생겼다.

해운대 해수욕장의 해파리 그물망 설치 사업은 업체 선정 문제로 벌써 몇년째 삐걱거린다. 사업 주체, 어촌계의 권한 범위, 업체간 담합 의혹 등 논란으로 매번 아슬아슬한 상황이 연출됐다. 그러다 올해는 몇차례 공고에도 적합한 업체를 찾지 못해 그물망 설치를 포기하기에 이른 것이다. 업무를 위임받은 어촌계가 일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는 판단이 들면 구청이 행정권을 적극 행사해 사업 주체나 업체 선정 방식을 변경해서라도 해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계속 제자리다. 해파리를 배 위에서 감시하는 것과 차단망을 설치해 접근을 못하게 막는 것과는 안전성 측면에서 비교가 안 된다. 해파리 쏘임 사고가 해마다 폭증하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차단망 없는 해수욕장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부산 해수욕장은 여름 한철에만 피서객이 1800만 명 가까이 몰리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다. 올해 부산은 내국인 관광객 2500만 명, 외국인 관광객 300만 명 돌파가 목표다. 그러나 현장이 미처 이들을 맞을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건 세계적인 관광지를 꿈꾸는 도시 치고는 너무 아마추어적이다. 다대포 해수욕장은 지금이라도 흉물스럽거나 위험한 요소를 제거하고 편의시설 공사도 서둘러 피서객들이 바다를 즐기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해운대 해수욕장은 보다 실효성 있는 해파리 차단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손님맞이에 부족함이 없어야 함은 나머지 해수욕장도 마찬가지다.